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생산량이 오는 10월부터 최소 1년간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가 지난 8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이날까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로그(르노삼성이 수탁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닛산 SUV) 후속 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로그 수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종료된다. 업계 관계자는 “로그 후속 물량이 없으면 르노삼성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며 “노사 모두 길고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 노사는 8일 오후 2시부터 밤 12시까지 20차 임단협 협상을 했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측 수정안에 대해 노조가 인사 관련 권한을 일부 넘겨달라는 역제안을 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당초 노사는 기본급 인상 여부를 놓고 맞섰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회사 실적이 좋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기본급 10만667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신차 배정을 앞둔 상황이라 기본급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1인당 14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회사는 7일 일시금 규모를 1500만원으로 올리고 인력 충원 및 설비 투자를 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놨다. 8일에는 지급 일시금 규모를 1720만원까지 높였다. 노조는 부산공장 근무 인원을 2300명에서 2500명 수준으로 늘리고 생산라인 속도를 늦춰달라고 역제안했다. 또 전환배치하거나 인력을 추가로 투입할 때 노조와 합의를 거치도록 단체협약을 바꾸자고 요청했다. 회사 측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인력배치 등은 회사 고유의 인사권이고 생산라인 속도를 늦추면 부산공장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신차 배정 논의도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커졌다. 르노그룹의 제조와 공급을 총괄하는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부산공장을 찾아와 “3월8일까지 임단협 협상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르노 본사의 경고가 현실이 되면 부산공장 생산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차량 21만5680대를 생산했다. 이 중 로그(10만7251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9.7%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부산공장의 임금 수준이 그룹 내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르노삼성을 바라보는 본사의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다”며 “여기에 노조의 장기파업, 임단협 결렬까지 더해지면서 물량을 배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르노삼성은 당분간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 없다. 내수용 차량만으론 물량 부족을 만회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노사가 뒤늦게 임단협을 매듭짓더라도 로그 후속 관련 논의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년까지는 물량 공백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조는 11일부터 부분파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넉 달간 42차례(160시간) 부분파업을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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