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민경 기자 = 새 먹거리로 'IB(투자은행)'를 천명한 정영채호 NH투자증권이 'IB' 때문에 비상이다. 연기금들이 운용사와 함께 부동산 딜 소싱에 직접 나서면서 미매각 물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승리가 유력시됐던 프랑스 파리 마중가 타워 인수전에서 고배, 체면을 구겼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미매각 부동산 물량 처리 문제로 고심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말부터 미매각 물량이 크게 늘어 본부 입장에서 비상인 것은 맞다"고 했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부동산을 인수해왔는데 시장에서 예상한 만큼의 물량이 매각되지 않으면 그만큼 자금이 묶이게 된다"면서 "어느 회사도 명확히 확인해주지 않겠지만 업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조 단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NH투자증권은 올 초 정영채 사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 부동산 투자 현황과 미매각 물량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작년에 규모가 큰 상업용 부동산들을 많이 가져와 부동산 북(BOOK) 한도에 이르렀다"며 "일시적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이에 대한 리스크 점검차 셀다운(인수후 재매각)계획 등을 논하는 회의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매각 리스크에 대해 박기호 NH투자증권 구조화금융본부장(상무)은 "시장에서 소화될 물량은 거진 다 소화된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플랫폼'이다. 우리 역할은 딜링이나 운용이 아니라 언더라이팅이다.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는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리스크가 적은 우량 물건들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해도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대형 연기금 CIO는 "연기금들의 자금운용 규모가 커지면서 직접 해외 운용사와 손을 잡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케파가 된다면 수익률 측면에서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나 증권사를 통해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못박았다.
또다른 연기금 CIO 역시 "국내 기관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으니까 따오기만 하면 금방 팔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연히 우리가 직접 딜 소싱하는 것보단 조건이 좋지 않다"며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복안으로 대체투자가 떠오르는 만큼 연기금 역시 셀다운 물량보다는 직접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프랑스 마중가 타워 전경 [사진=미래에셋대우] |
마중가 타워는 파리 서부 국제업무지구인 라데팡스에 2014년 세워진 랜드마크 빌딩으로 글로벌 회계·컨설팅사인 딜로이트 본사와 악사그룹 자산운용사 본사가 위치한 곳이다.
마중가 타워는 안정적인 임차인 확보로 현금 흐름 안정성이 높은 우량 물건인 만큼 매입가도 높아 시장의 관심이 큰 물건이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가 올 초 2차 비딩에 참여, 최종적으로 1조원을 약간 웃도는 가격에 미래에셋대우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NH투자증권은 "1조가 넘어가는 '공룡 딜'의 경우 매수자가 별로 없다. 추후 매각 때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대부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인수에 자신을 보였다.
박기호 상무는 "딜 초반 높은 가격을 불렀다가 철회하는 경우가 시장에 왕왕 있다. NH투자증권은 그런 사례가 없어 시장에서 신뢰가 높다"며 "마중가 타워의 경우도 매도상대자(유니바일)가 우리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딜에 대해 미래에셋대우의 컨소시움이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딜의 경우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만 이번 사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셋대우는 타사 대비 가격은 낮았지만 파트너링에 주력해 벤더에게 신뢰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제시한 가격을 실제로 지불할 수 있는지, 약정된 기간 후 성공적으로 매각할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미래에셋대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택했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관심이 쏠린 대어 '마중가 타워' 인수전에서 실패하면서 IB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라고 천명한 NH투자증권이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NH투자증권 측은 이와 관련, "적정 수준으로 예상했던 검토 가격보다 최종 비딩 가격이 높아져 선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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