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주요 분석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13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온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이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티몬의 새 주인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는 티몬· 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3부는 지난 23일 티몬의 회생계획에 대해 강제인가를 결정했다.
◇ 1조 가치 티몬, 181억에…’헐값’ 매각 논란도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에 투입하는 총 금액은 181억원이다.
신주인수 방식으로 116억원을 지불하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등 65억원을 추가 부담한다. 이는 큐텐의 기업가치가 한때 1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50분의 1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변제율이다. 티몬이 안고 있는 1조2258억원 규모의 회생채권 중 실제 변제되는 비율은 0.76%에 그친다. 1000만원 피해를 본 채권자가 실제 받을 수 있는 돈은 7만6000원 수준이다.
신정권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도 안 되는 변제율은 피해금액의 일주일치 대출이자만도 못한 금액"이라며 "회생절차를 밟고 기다리느니 차라리 파산하는 게 낫겠다는 감정적 표현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법원이 강제인가를 결정한 것은 청산 시 배당률 0.44%보다는 높고, 근로자 고용 보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향후 5년간 티몬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 새벽배송 유일 흑자 기업의 ’위험한 승부수’
오아시스마켓이 이 같은 모험을 감행한 배경에는 성장 한계에 대한 절박함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2023년 IPO 추진 당시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상장을 철회한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 보기 드문 흑자 기업이다.
2024년 매출 5171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 72% 성장하며 13년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반면 경쟁사인 컬리는 2조1956억원 매출에도 18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원수는 200만명으로 제한적이다. 티몬의 미정산 사태 직전 월간 활성 이용자 수 421만명과 합치면 최대 700만명 규모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11번가(885만명), G마켓(721만명)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 (NYSE:CPNG), 컬리 등이 대규모 적자를 감수한 것과 달리 오아시스는 안정적 성장을 추구해왔다"며 "외형 확장보다 수익성을 우선시했던 보수적 전략에서 전격적인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 ’토종 구원자’ vs ’제2의 큐텐’…기대와 우려 교차
업계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우선 긍정적 측면에서는 ’토종 이커머스 보호’라는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쿠팡 등 대형 플랫폼의 시장 집중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1세대 이커머스 대표주자였던 티몬의 회생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오아시스 측은 "대기업 위주로 판이 짜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산자들의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티몬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 확정 후 익일 정산시스템을 즉시 도입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티몬은 2010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으며, 2023년 영업손실만 2488억원에 달한다. 13년 연속 흑자를 유지해온 오아시스에게 만성 적자 기업 인수가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구영배 큐텐 대표가 글로벌 플랫폼 ’위시’ 인수를 위해 무리한 확장을 추진하다 티메프 사태를 야기한 전례가 있어 ’제2의 큐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직매입’ 오아시스와 ’오픈마켓’ 티몬 결합 문제 없나
가장 큰 과제는 두 회사의 이질적인 사업모델을 어떻게 결합할지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을 직접 매입해 새벽배송으로 판매하는 구조인 반면, 티몬은 다양한 판매자들에게 판매 플랫폼을 제공하는 오픈마켓이다.
오아시스의 성공 비결은 생산자 직거래를 통한 마진 확보와 오프라인 매장 50여 곳을 활용한 재고 처리에 있다.
온라인 주문 후 남은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진해 폐기율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노하우가 오픈마켓 형태의 티몬에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렵다.
오아시스 측은 "물리적 결합이 아닌 티몬의 현재 브랜드를 유지하며 별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몬의 기존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면서 오아시스의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모델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시너지 창출 방안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업계에서는 직매입 중심의 오아시스와 플랫폼 중심의 티몬은 근본적으로 다른 DNA를 가지고 있는 만큼, 두 모델을 성공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평가다.
유통업계는 오아시스의 이번 도전이 성공하면 토종 플랫폼 부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안정적이었던 오아시스 경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양면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