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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9회 비바테크(Vivatech) 기술 스타트업 및 혁신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NASDAQ:NVDA) CEO. 사진=연합뉴스.
2025년, 엔비디아는 글로벌 주요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AI 인프라 구축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5월에는 대만에서 폭스콘과 TSMC와 함께 AI 슈퍼컴퓨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고, 일본에선 국가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가 주도하는 ABCI 3.0 프로젝트에 최신형 H200 GPU 수천 개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엔비디아는 유럽을 차세대 AI 성장 거점으로 삼고 있다.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VivaTech) 콘퍼런스에서 “향후 2년 내 유럽의 AI 컴퓨팅 역량이 10배로 확대될 것”이라며, 20개가 넘는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럽은 이제 AI 팩토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AI 팩토리’는 엔비디아가 산업계에 널리 알린 개념으로, 단순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AI 모델을 개발·훈련·생산하는 통합 인프라를 뜻한다. 일부 시설은 1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초대형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세계 최대 수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와 독일에 클라우드·산업용 인프라 집중
미스트랄AI 창업자 겸 CEO 아르튀르 멍슈(왼쪽), 엔비디아 CEO 젠슨 황(가운데),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오른쪽). 사진=연합 뉴스.
엔비디아는 프랑스 스타트업 미스트랄(Mistral AI)과 손잡고 ‘미스트랄 컴퓨트(Mistral Compute)’라는 AI 클라우드 구축에 나섰다. 이 클라우드는 프랑스 에손 지역 데이터센터에 1만8000개의 블랙웰 칩을 탑재한 형태로 시작되며, 이후 유럽 전역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황 CEO는 “우리는 함께 AI 클라우드를 만들 것”이라며, 데이터가 생성된 지역 내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하는 인프라 구축이 곧 AI 주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양사의 협업에 대해 “전략적 자율성과 주권 확보를 위한 싸움”이라며 유럽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독일에서는 ‘세계 최초의 산업용 AI 클라우드’ 구축 계획이 발표됐다. 이 프로젝트는 1만 개 이상의 GPU와 고성능 시스템이 포함되며, 자동차·로봇 설계는 물론 고속 공기역학 실험(풍동 시뮬레이션) 등 산업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왜 유럽인가? ‘AI 주권’ 강화 흐름에 올라탄 엔비디아
유럽은 AI 인프라와 투자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은 데이터 주권 확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대규모 AI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EU는 올해 2월, 차세대 AI 모델 개발을 위한 ‘AI 기가팩토리’ 5곳을 설립하고, 여기에 총 20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국 데이터는 자국 내에서 처리한다’는 데이터 주권 원칙이 강화되면서, 미국·중국 중심의 AI 인프라 의존에서 벗어나 자체 역량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젠슨 황 CEO는 AI 인프라와 칩 공급을 전면에 내세우며 유럽 각국과의 협력 확대에 나섰다. 프랑스 비바테크(VivaTech) 행사에 이어 영국 런던을 찾아 총리 키어 스타머와 회담한 그는 “영국은 인재와 스타트업은 충분하지만, 인프라 부족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공통 과제를 짚으며, 엔비디아가 이 격차를 메울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대중화와 글로벌 확장의 병행 전략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악수하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공급 대상을 미국의 빅테크에서 각국 정부와 중소기업으로 확장하며, AI의 대중화와 지역별 주권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소 규모 시스템에서도 고성능 연산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서비스를 다변화해 AI 하드웨어 시장의 저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번 유럽 투자는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각국의 ‘AI 주권’ 강화 흐름에 맞춰, 엔비디아는 자사 칩 기반의 연산 인프라를 클라우드·산업용 서비스로 확장하고, 국가 단위 협력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 수요와도 맞물리는 이 전략은, 기술 공급, 시스템 설계와 데이터 주권까지 포괄하는 접근이다.
최근 3년간 엔비디아는 분기 실적으로 인텔의 연간 매출에 육박하는 성장을 이어왔고,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AI 가속기 칩에서 발생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NASDAQ:AMZN) 등 주요 거대 기술 기업들의 수요를 넘어, 이제는 국가와 산업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는 이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