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정보기술(IT)주가 급등하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이 울상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황 악화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팔았지만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면서 큰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롱쇼트(저평가 주식 매수, 고평가 주식 매도) 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들의 수익률도 악화되고 있다.
공매도 손실 급증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5일까지 삼성전자에 몰린 공매도 물량은 2364만 주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1위 규모다. 금액으로는 1조1600억원어치로 추정된다. 그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이 기간 22.4% 뛰어올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한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이후 주식을 매도한 가격보다 싸게 되사들여 차익을 올리는 투자 방식이다. 기업 주가가 떨어질수록 차익이 커진다. 반면 매입 가격보다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본다. 올해 삼성전자에 공매도를 걸었다면 20% 이상 손실을 입은 셈이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공매도 물량이 많이 몰린 SK하이닉스(주가 상승률 24.6%), 삼성중공업(27.5%), 두산인프라코어(8.2%), LG디스플레이(14.7%) 등의 주가도 모두 크게 올랐다. 올해 공매도 상위 종목 10개 중 LG유플러스(-12.7%), 한진중공업(-28.1%), 두산중공업(-14.8%) 등 세 종목의 주가만 하락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올해 초 반도체주의 상승세를 예상한 펀드매니저는 거의 없었다”며 “실적 악화가 분명했기 때문에 공매도에 거액을 베팅한 헤지펀드가 많았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공매도 투자자의 표적이 된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약세장에서 공매도가 늘면 추종 매도가 뒤따르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셀트리온, LG디스플레이 등이 공매도 투자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하지만 올해 미·중 무역전쟁 완화로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면서 공매도 투자자들의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강세장에서는 공매도 물량이 많았던 종목의 주가가 오르는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쇼트커버링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데, 앞으로 주가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최대한 빨리 주식을 사들여야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승장에서 속 타는 헤지펀드들
강세장에 힘입어 오랜만에 힘을 내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와 달리 헤지펀드들은 비틀거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헤지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지난 22일 기준 2.37%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9.28%보다도 6.91%포인트 낮다. 운용보수 1%와 판매보수 1%를 떼고 나면 사실상 수익률이 ‘제로’인 셈이다.
헤지펀드 간판 운용사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1.41%), 라임자산운용(-1.21%), 빌리언폴드자산운용(-3.19%)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쇼트 전략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을 사서 기다리는 롱 전략보다 수익을 내기가 열 배는 어렵다”며 “종목을 잘못 선택하면 손실이 몇 배로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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