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④캐즘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울고 싶은 'K-배터리'

입력: 2025- 01- 13- 오후 02:40
© Reuters.  [S리포트] ④캐즘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울고 싶은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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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로 세계시장을 주름잡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들에 먹구름이 드리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판매 둔화 현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리스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의회는 상임위원회를 이끌 새로운 위원장들을 발표했다. 특히 한국 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상임위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 부정적인 공화당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에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배터리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를 통해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부흥하려는 전략을 폈고,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IRA'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된 전기차를 구매하면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91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혜택을 받게 된다. 실제 미국에서 전기차를 구매한 이들의 대다수는 IRA 보조금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위원장에 선정된 마이크 크레이포(아이다호) 공화당 간사는 IRA가 재정적으로 부담이 되는 데다 재무부의 규제 완화로 중국 기업이 혜택을 본다고 지적한 대표적 인물이다. 에너지·천연자원위원장이 된 마이크 리(유타) 의원도 IRA를 비판해 왔다.

보조금 사라지면 타격 불가피… 중국 빠진 자리는 '기회'

만약 IRA가 폐지되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경쟁 배터리 제조사들도 함께 타격을 입는 상황이지만 당장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면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이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점은 국내 배터리업체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새로운 '중국 군사 기업'(Chinese Military Companies) 명단을 발표했는데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가 포함됐다.

과거 CATL이 포드와 합작하며 미국시장에 우회 진출하려고 했던 사례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장악하고 있는 점을 우려,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CATL의 미국 내 사업이 당장 중단되는 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이 CATL 자리를 메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가 현대자동차와 '아이오닉5 자율주행차' 공급계약을 맺은 것도 비슷한 경우다. 중국 지리자동차로부터 전기차를 공급받아 자율주행 로보택시로 개조하려 했지만 미국 정치권에선 '통신기능을 갖춘 중국 전기차'가 미국 내에 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했다. 웨이모는 미국 내 생산공장을 갖추고, 자율주행차 사업을 하는 현대차와 손을 잡으며 미래를 도모하기로 했다.

게다가 미국 현지에선 일자리 안정 우려 등으로 IRA 보조금을 쉽게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SK온,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업체 공장에 납품할 계약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현지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엔솔은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 (KS:005380), 혼다 등과 협력하며 테네시·애리조나·미시간 등에 총 7개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포드자동차와 함께 '블루오벌SK' 합작법인을 설립,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8월 GM과 35억달러(약 5조1065억원)를 투자,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2027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조지아주에서 미시건주까지 공장이 이어지면서 이를 두고 이른바 '배터리 벨트'라고 부르고 제조업에 힘을 주는 트럼프 당선인이 고용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그 어떤 것도 단정할 수 없다"며 "ESS 등 새로운 활용처 확대에 집중하는 건 물론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활로 찾아야 하는 배터리업계

국내 배터리업계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위기 극복을 언급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해결되지 않은 국제정세 불안 지속 등으로 경영환경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실적 면에서는 전례 없이 힘든 시간을 보냈고,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던 탓"이라며 "기본으로 돌아가 진정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면밀히 살피고,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펀더멘탈 강화에 몰입하고 속도감 있게 실행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유정준 SK온 부회장과 이석희 대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회복 등 외부 환경 변화를 기다리기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미래 기술력 확보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더욱 더 근본으로 돌아가 끊임없이 혁신하고 도전하는 기술력 중심의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배터리업계가 자동차업계보다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경우 현대차가 미국에서 IRA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고 CATL에 밀린 LG엔솔은 GM 물량으로 버텼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삼성SDI는 미국에서 사업 출발이 늦어 딱히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배터리업계가 앞으로 수년 동안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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