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 야외주차장에 마련된 스케이트장 ‘라이프플러스 윈터원더랜드’에서 4일 시민들이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이 스케이트장은 이달 13일까지 운영된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앞 야외주차장에 스케이트장이 열렸다.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그룹 5개 금융 계열사가 함께 사용하는 브랜드 ‘라이프플러스’가 겨울을 맞아 마련한 ‘깜짝 이벤트’였다. 63빌딩에 스케이트장이 생긴 것은 처음이다. 직사각형 형태의 이 스케이트장 트랙 길이는 126m.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아이스링크 트랙(약 111m)보다 더 길다. 63빌딩 ‘라이프플러스 윈터원더랜드’
63빌딩에 스케이트장이 생겼다는 소식에 가족과 연인들이 몰려들었다. 한 번에 63명씩, 최대 한 시간으로 제한해 이용할 수 있는데도 호응이 컸다. 2주 만에 방문객이 5000명을 넘어섰다. 라이프플러스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스케이트장을 운영하기로 했던 계획을 바꿔 13일까지 2주간 더 열어 놓기로 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63빌딩이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의 장(場)으로 만들기 위해 스케이트장을 기획했다”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좋아해 내년에는 행사 규모를 더 키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몰 군산점 ‘스케이트장 효과’ 톡톡
도심 속 스케이트장이 겨울철 ‘명소’가 되고 있다. 추운 겨울 실내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데다 작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겨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전북 군산의 아울렛 롯데몰은 지난달 1층 실내 광장에 실내 스케이트장을 열었다. 2017년 말 생긴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아울렛 스케이트장이다. 겨울 비수기 극복을 위해 롯데몰 군산점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았는데, ‘스케이트장을 설립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스케이트장 개장은 대성공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매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40분씩 나눠 하루 6회 운영하는데, 방문자가 몰려 늘 매진이다. 규모가 182㎡(약 55평)로 스케이트장치고는 작은 편인데도 이 지역의 유일한 실내 스케이트장이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군산 시민뿐 아니라 서천, 익산, 김제 등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롯데몰 군산점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스케이트장 개설 효과로 롯데몰 군산점의 방문객 수와 매출은 약 1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며 “특히 스케이트장 바로 옆에 있는 식음 매장 매출은 20~30% 증가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다른 아울렛에서도 스케이트장을 마련할 공간을 물색 중이다.
키즈카페에서도 스케이트장은 인기 콘텐츠다. 2017년 12월 문을 연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의 키즈카페인 ‘챔피언1250’은 ‘스피드필드’라는 아이스링크를 별도로 뒀다. 클라이밍, 집라인 등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시설이 됐다. 스케이트를 ‘체험’하려는 아이들로 스피드필드에는 늘 긴 줄이 생긴다.
○소비자를 모으는 콘텐츠로 각광
스케이트는 1960~1970년대 ‘국민 스포츠’로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겨울 한강이 얼면 그 위에서 스케이트나 썰매를 타는 게 서울 시민들의 일상이었다. 서울운동장, 효창운동장, 경복궁 등 서울 곳곳에 스케이트장이 성업했다. 1964년에는 국내 최초의 실내 스케이트장도 생겼다. 동대문 실내스케이트장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스케이트장은 추억 속으로 멀어졌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스키장 등 다양한 겨울철 즐길 거리가 생기자 인기가 시들해졌다. 1990년대 중반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이 영업난에 문을 닫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목동 아이스링크, 잠실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등이 명맥을 유지했으나 예전만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스케이트장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김연아 신드롬’에 이어 동계올림픽 개최로 관심이 커졌다. 서울시는 2004년 말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열었다. 금세 겨울철 서울의 명소가 됐다. 외국인 관광객이 ‘겨울에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책자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여의도공원 스케이트장, 상암동 MBC 신사옥 스케이트장 등이 서울 시내에 줄줄이 생겼다. 서울 구로구에는 제니스스포츠클럽이란 이름의 실내 아이스링크도 만들어졌다.
‘집객이 된다’는 것이 증명되자 롯데 한화 등 유통업계까지 최근 1~2년 새 스케이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오프라인 유통의 트렌드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다양한 시설을 마련하는 것인데, 스케이트장은 매력적인 콘텐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
○‘아이스링크 빌려 프러포즈’ 상품도
최근에는 호텔 스케이트장도 인기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호젓하게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용 요금은 1인당 2만~3만원 안팎이다. 스케이트 대여료는 별도다. 서울 남산 인근의 그랜드 하얏트와 반얀트리클럽앤스파가 대표적이다. 이들 호텔은 수영장을 스케이트장으로 개조해 겨울에만 영업을 한다.
그랜드 하얏트 스케이트장은 남산 중턱에 있어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요즘에는 호캉스(호텔 바캉스) 열풍에 힘입어 겨울 휴가를 즐기는 내국인이 많다. 스케이트장 영업이 끝나는 밤 9시 이후에는 아이스링크를 통째로 빌려 연인에게 프러포즈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나왔다. 그랜드 하얏트 관계자는 “지난달 스케이트장 온라인 예약이 전년 동월 대비 3%가량 늘었다”며 “이용객이 점점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반얀트리클랩앤스파 서울
반얀트리클랩앤스파 스케이트장은 가로 63m, 세로 13m 크기로 국내 호텔 스케이트장 중 최대 규모다. 스케이트장 옆에 눈썰매장도 설치해 놓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이곳에서 숙박하지 않아도 스케이트장만 별도로 이용할 수도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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