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식품 업계를 이끄는 주요 그룹의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변화’와 ‘혁신’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온라인 쇼핑의 부상 등 소비 트렌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 방식을 고수해서는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도 신년사에 담겼다.
○“중간은 없다…초저가 시장 공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중간’은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된다”며 “스마트 컨슈머(똑똑한 소비자)에 대응하기 위한 똑똑한 초저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고객은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고, 이들 스마트 컨슈머는 ‘가치 소비’를 바탕으로 가장 저렴한 시점을 놓치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 생활화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결국 중간은 없어지고 시장은 ‘초저가’와 ‘프리미엄’의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가 과거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남들과 크게 차별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프리미엄 시장에는 어느 정도 대응했지만 초저가 시장 공략은 미흡했다는 의미다. 그는 초저가 시장 공략을 위해 “업종별 원가를 분석해 제조부터 물류, 유통, 판매 등 모든 과정에서 구조적인 초저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도 “사업 환경이 급변해 사업을 적기에 변화시키지 못하면 쇠퇴할 것”이라며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정 회장은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업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보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 기회를 잃는 것이 성장을 저해한다”며 ‘적극적인 실행’을 주문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 박차
CJ그룹은 경쟁상대를 글로벌 기업으로 설정하고,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최종 목표가 2030년까지 의미 있는 세계 1등을 달성해 글로벌 1위 생활문화 기업으로 진화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네슬레(식품), DHL(물류), 디즈니(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말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비전을 내놨다. 허 회장은 “수출과 현지 진출을 병행해 2030년까지 글로벌 사업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며 “원천기술 확보와 혁신적인 푸드테크 연구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미래형 유통 플랫폼 개발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변화를 즐기자’란 슬로건을 제시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변화는 새로운 혁신을 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두려워하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지금의 모든 변화를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4차 산업혁명, 밀레니얼, Z세대 등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달라진 시대,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트렌드를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작년 프리미엄 브랜드 후가 출시 15년 만에 매출 2조원을 달성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며 “항상 꿈꿔온 회사의 미래 모습인 ‘작지만 보석 같은 회사’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안재광/민지혜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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