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9월과 10월에 이어 3차례 연속 정책금리 인하에 나섰다. 특히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둔화 가능성을 염두해둔 추가적인 인하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ECB는 12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고 예금금리를 연 3.25%에서 3.00%로, 기준금리를 연 3.40%에서 3.15%로 각각 0.25%p 인하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계대출금리도 연 3.65%에서 3.40%로 인하했다.
앞서 ECB는 지난 6월 정책금리를 0.25%p씩 인하하며 1년 11개월 만에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바 있다. 이후 7월에는 금리를 동결한 이후 9월과 10월 두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뒤 이번달까지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이날 ECB의 성명서에는 ‘제약성’이라는 단어가 삭제되고 ‘적절한 결정’으로 대체됐다.
ECB는 성명서를 통해 “경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느리게 회복하고 있고 사람들은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고 있고 기업들은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향후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이 오르내릴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조만간 2% 목표에 정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0.8%에서 0.7%로 조정했으며, 내년 전망치도 1.3%에서 1.1%로 수정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경제 성장 둔화를 우려해 정책금리 조정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ECB는 성장 리스크가 하방으로 더 치우쳐 있다고 본다”며 “경제는 시간이 지나면 강화되겠지만 예상보다 더 느린 속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최신 지표들은 (성장)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기업들은 불확실성 속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ECB는 50bp 인하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50bp 인하를 검토하는 일부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다만, 궁극적으로 모두 25bp 인하로 모여졌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잠재적 무역 충돌 가능성과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 충돌 가능성에 대해 “매우 잠정적이고 불확실하다”며 “그 자체로 위험하고 유로존에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해 “현재 진행 방향은 매우 명확하다”며 “진행 속도와 이를 결정하는 데이터와 회의 등 모든 것이 명확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ECB를 포함해 유럽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리 인하를 통해 완회된 통화정책에 나서고 있다.
스위스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0%에서 0.5%로 인하했다. 이는 지난 2022년 9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캐나다도 전날 0.5%p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올해에만 다섯 차례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알리안츠의 수석 분석가인 루도빅 수브란은 “유럽 경제가 이미 여러 내부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