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KS:000660) 등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사들이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마벨(Marvell)'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맞춤형 HBM 솔루션을 만들어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성능 개선을 지원한다.
마벨은 10일(현지시간) 삼성전자 (KS:005930),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협력해 AI 가속기인 XPU를 위한 맞춤형 HBM 컴퓨팅 아키텍처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HBM 아키텍처를 통해 XPU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XPU 고객인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총 소유비용(TCO)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마벨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손을 잡은 것은 이들이 XPU의 핵심 구성 요소인 HBM을 제조하는 메모리반도체 회사이기 때문이다. HBM은 2.5D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XPU와 결합, 데이터 전송 속도와 메모리 밀도를 극대화한다.
다만 마벨은 기존 표준 인터페이스 기반 HBM 아키텍처가 XPU의 확장을 제한한다고 봤다. XPU의 성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전력 소비와 칩 크기, 비용 등을 개선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마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맞춤형 HBM 컴퓨팅 아키텍처를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HBM 컴퓨팅 아키텍처는 표준 HBM 인터페이스보다 소비 전력을 최대 70% 낮춰준다. 또 칩 크기를 줄이면서도 최대 33% 많은 HBM 스택을 지원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는 필요한 공간을 최대 25%까지 줄여줘 더 작은 칩에 더 많은 기능을 탑재하거나 성능을 높이고 메모리 용량을 늘려준다.
마벨은 XPU 설계를 맞춤화할 수 있는 HBM 아키텍처 도입을 통해 클라우드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XPU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확장을 통해 데이터 전송과 처리 속도가 빨라져 고객들이 성능이 향상된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윌 추 마벨 커스텀·컴퓨팅·스토리지그룹 수석 부사장 겸 총괄 관리자는 "성능, 전력 및 총소유비용에 맞게 HBM을 최적화해 XPU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AI 가속기가 설계되고 제공되는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가장 최근의 단계"라며 "이 혁신을 가속화하고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운영자가 AI 시대에 맞춰 XPU와 인프라를 계속 확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선도적인 메모리 설계자와 협력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밝혔다.
윤하룡 삼성전자 DS부문 DSA(디바이스 솔루션 아메리카) 담당임원(부사장)은 "특정 XPU와 소프트웨어 환경에 HBM을 최적화하면 클라우드 운영자 인프라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효율적인 전력 사용이 보장된다"며 "AI의 발전은 이러한 집중적인 노력에 달려 있으며, 맞춤형 컴퓨팅 실리콘 혁신의 선두주자인 마벨과 협력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전했다.
강선국 SK하이닉스 미주법인 DRAM기술 담당 부사장은 "마벨과 협력함으로써 고객이 워크로드와 인프라에 더욱 최적화된 솔루션을 생산하도록 도울 수 있다"며 "SK하이닉스는 HBM의 선도적 개척자 중 하나로서 이 기술의 다음 진화 단계를 형성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