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에 따라 1400원대로 올라섰고 '트럼프 리스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 여기에 정치 리스크가 커지며 고환율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40분 1420원에 거래됐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0.9원 상승한 1416.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10시35분부터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고 10시53분 전날보다 14.1원 오른 1429.2원까지 뛰었다. 이후 당국 개입 추정 물량이 나오고 달러도 상승 폭을 줄이면서 환율은 1420원대 초반으로 후퇴했다.
원/달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는 등 국내 정치적 불안이 계속된 영향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틀간 725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정치권 움직임과 투자심리에 따라 시장이 움직였다"며 "오는 7일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고됐으나 2차 계엄준비설, 국회의원 구금시도설 등 소문들이 확산하며 조기 표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이슈까지 화두로 부상하면서 이미 4분기 소외됐던 원화 위험자산 선호가 바닥을 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트럼프 리스크에 달러 쏠림… 소비자물가 영향
최근 불안한 대외 경제 환경은 달러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식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도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주 브릭스(BRICS) 회원국들이 달러를 대신하는 국제 화폐 지위를 노릴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해 미국 시장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트럼프 당선인 공언대로 관세 부과가 이뤄져 '관세 전쟁'이 터지면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달러 값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 트럼프는 "브릭스가 미 달러를 대신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 그런 시도를 하는 나라는 미국에 작별인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소셜 미디어에 썼다.
한국은행은 1400원 고환율이 12월 이후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5% 상승해 3개월 연속 1%대를 이어갔다. 다만 10월(1.3%)보다는 높아졌다.
김웅 부총재보는 "1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말 유가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조치 등의 영향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기저효과와 환율상승의 영향에 당분간 2%에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물가는 현 수준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최근 환율이 상승했지만 파급시차 등을 고려할 때 환율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며 12월 이후 나타날 것"이라면서 "향후 물가 경로는 원/달러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받고 연말연초 기업 가격조정의 물가 파급효과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 상단 1450원… 민주당 "임시국회 열어 탄핵 재추진"
외환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까지 열어놨다. 이번 윤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대외신인도 하락에 영향을 주면 자금 수급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만 표결에 참여했다. 그러나 의결 정족수 부족에 투표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식물정부'로 전락하며 국정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오는 11일에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안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당분간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국내 경기에도 부담을 주면서 원화가 강세로 가기 어렵기 때문에 하단은 1380원, 상단은 1450원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