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삼성전자 (KS:005930)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친환경 보조금 폐기를 반대하며 행동에 나섰다. 산업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IRA 폐지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의 움직임에 이목이 쏠린다.
5일 비영리 환경단체 '세레스(Creres)’에 따르면 삼성전자 (KS:005930) 미국법인은 이번주 세레스 주최로 미 워싱턴DC 캐피톨 힐(Capitol Hill·의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간담회에 참석, 미 상·하원 의원들과 만날 예정이다. IRA를 포함한 연방 정부의 청정에너지 세액 공제와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대한 다양한 경제적 이점 사례를 제시하고, 이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다.
삼성전자 이외에 △AES 코퍼레이션 △어맬거메이티드 뱅크(Amalgamated Bank) △아방그리드(Avangrid) △DHL △히타치 에너지 △이케아 △리비전 에너지(ReVision Energy) △에어룸(Heirloom) △HASI 등 20개 업체가 참여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에너지·전력·물류 회사는 물론 은행과 투자 전문 회사 등 금융권까지 산업·경제계를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업들은 IRA의 세액 공제가 미국 내 청정 에너지 투자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등 긍정적인 경제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 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지난 2022년 IRA가 통과된 이래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 3500억 달러 이상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33만 개 이상 신규 일자리를 만든 경제적 효과를 적극 피력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이 이같은 행사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바이든 행정부의 업적인 IRA를 손질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IRA 일환으로 전기차 구매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7500달러의 세액 공제를 폐지하고,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도 재검토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반도체 지원법(칩스법)도 예의주시하고 있어 IRA이 폐기될 경우 반도체 지원법까지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제 IRA가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산업계 뿐만 아니라 공화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행정부가 의회가 책정해 통과시킨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불법인 만큼 위법·위헌 소지도 있다.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은 지난달 앤드루 가바리노 하원의원의 주도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IRA 세액 공제를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이중 14명의 의원은 최근 선거에서 승리해 의석을 지켰다. 민주당 측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는 지난달 트럼프 2기 정부가 전기차 세액 공제를 없앨 경우 과거 캘리포니아주가 시행했던 친환경차 환급 제도를 재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바이든 행정부 인센티브 정책의 주요 수혜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450억 달러를 쏟아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과 패키징·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짓는다. 약 64억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다. 삼성SDI는 미국에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 공장과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을 짓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SDI가 IRA 일환으로 내년 7000억원 대 수준의 보조금을 수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