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고려아연 연도별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과거 동업자로서 고려아연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됐던 장형진 고문 등 장씨 일가와 회사는 영풍 측 해당 법인을 비롯해 테라닉스, 영풍산업, 영풍공업, 코라이써키트, 에이치씨, 씨케이,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등이다. 개인은 장병희, 장철진, 장세경, 장세명, 장세욱, 장형진, 김혜경, 장세준, 장혜선, 장세환 등이 있다.
이들 법인과 개인의 연도별 주식수와 주당 배당금을 기준으로 각 연도의 배당 수령액을 집계한 결과 배당 수령액은 총 1조1302억원에 이른다. 이 중 영풍은 약 8881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았다. 영풍의 시가총액이 현재 711조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영풍의 시가총액보다도 훨씬 많은 금액이 고려아연으로부터 영풍으로 흘러 들어간 것이다.
특히 최윤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배당금 지급액은 급증했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2019년 이후 불과 5년 만에 장씨 일가 및 영풍 등 관련 회사에 지급된 배당금 총액만 6020억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강화된 주주 환원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장씨 일가와 관련 회사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영풍은 본업인 제련사업이 주춤하면서 영풍의 손익 구조에서 고려아연 배당의 중요성과 존재감이 더욱 커졌다. 영풍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5억8499만원으로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으로부터 받은 263억원 규모의 배당금으로 반기 순이익은 253억원을 기록했다. 본업 경쟁력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실적 방어에 고려아연의 배당금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양측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놓고 맞붙었다. 고려아연 측은 이미 주주 환원율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90%가 넘는 수준으로 배당을 올리라는 영풍 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영풍 측은 이를 비판하며 표 대결에 나섰다. 하지만 다른 주주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안을 지지하며 영풍 측의 요구는 부결됐다.
IB(기업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영풍은 고려아연 지배에 따른 영업외수익으로 버티는 구조로, 사실상 투자회사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공시에서 확인 가능한 연도별 감사보고서 등의 상세 내역을 분석한 결과 고려아연 주식에 대한 ㈜영풍의 취득원가는 약 2만원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투자수익률을 계산하면 약 4979%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영풍은 수십 년간의 환경 오염에 근로자 사망 사고까지 발생 등 각종 문제와 제재가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내세웠던 환경개선 노력과 실질적인 투자액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영풍은 지난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풍의 사업보고서 내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 변화'를 토대로 2021년부터 매년 1000억원 이상씩 투자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