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 제품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5000여 명이 넘는 소액주주들이 충격에 빠졌다. 지난달 새 최대주주(마일스톤KN) 등장으로 경영 정상화와 주식거래 재개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경남제약의 상장폐지 최종 결정은 다음달 8일 이전에 열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이뤄진다.
지난달 사모펀드 마일스톤KN 대주주로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14일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서 경남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기업심사위는 경남제약이 지난달 제출한 개선계획 이행 내역을 검토한 뒤 경영 투명성 등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남제약의 위기는 2007년 이희철 당시 경남제약 회장이 녹십자로부터 경남제약을 245억원에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회장은 인수 이듬해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0억원 규모의 허위 매출을 기재한 혐의로 2014년 기소됐고, 횡령·사기 등의 죄가 인정돼 지난해 3년형이 확정됐다.
이 전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대리인을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등 회사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이 전 회장은 올해 1월까지 경남제약 지분 20.84%(234만4146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경남제약은 이 전 회장의 복귀를 막기 위해 작년 9월 이 전 회장을 상대로 분식회계로 입은 160억원의 손해 배상 청구와 50억원 규모의 주식 가압류를 법원에 신청했다.
이 전 회장도 회사 경영진이 새 이사진을 선임하기 위해 여는 임시 주주총회를 막으려고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결국 지난 1월 보유 주식 전량을 250억원에 에버솔루션과 텔로미어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 전 회장의 주식 전체를 가압류하면서 이 계약도 해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지난 3월 분식회계를 이유로 경남제약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5월 한 차례 기업심사위를 열어 회사 측에 개선 기간을 부여하고 경영개선 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경남제약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공개매각을 추진했다. 지난달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들이 조성한 사모펀드 마일스톤KN이 105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경남제약 지분 12.4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남제약은 새 경영진을 중심으로 지난달 경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기업심사위는 마일스톤KN의 자금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 등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시장위에서 뒤집힐 수도”
새로운 대주주를 맞아 상장 유지를 기대했던 소액주주들은 ‘패닉’에 빠졌다. 경남제약의 소액주주는 5252명(9월 말 기준)으로, 808만여 주(71.86%)를 보유하고 있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최근 새 경영진에 대한 경영 신임서를 거래소에 제출하는 등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노력해왔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에 따라 기업심사위 결정 15영업일 이내인 다음달 8일까지 상장폐지와 개선 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 심의·의결한다. 일각에선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최종 심의에서 다른 결론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기업심사위 결정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뒤집힌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 3일 기업심사위가 ‘미스터피자’ 경영사인 MP그룹의 상장폐지를 의결했지만, 1주일 뒤 열린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상장폐지 결정을 뒤집고 개선기간(4개월)을 부여했다.
“삼바와 형평성 문제” vs “상황이 다르다”
경남제약 소액주주들은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지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장 유지가 결정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례를 들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빗발쳤다. 한 청원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조5000억원 분식회계로 과징금 80억원을 받고도 거래가 되고, 경남제약은 과징금 4000만원을 받고 상장폐지가 된다는데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경남제약은 5월 기업심사위에서 개선 기간 6개월을 부여했지만 이후에도 개선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기업심사위에서 이미 상장 유지, 상장 폐지, 개선기간 부여 3개의 선택지 가운데 개선기간 부여로 한 차례 기회를 줬지만, 그동안 개선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동현/전예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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