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보유하고 있는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금융사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가 이뤄진다. 미래에셋·삼성·NH투자·KB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이에 맞춰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시행할 예정이다. iM증권, 하나증권 등은 시스템 구축 일정이 밀리면서 각각 내달, 내년 초에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물이전 제도는 가입자가 기존에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고 있던 상품을 매도하거나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은행·증권·보험 등)를 옮길 수 있는 서비스다. 계약이전 시 가입자가 부담하는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해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목표다.
"퇴직연금은 미래 먹거리" 증권사 상품 경쟁력 ↑
실제 지난해 국내외 증시가 우상향하면서 실적배당형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수익률이 크게 올랐다. 지난해 퇴직연금 사업자 업권별 수익률은 증권이 7.11%로 가장 높았고, 은행(4.87%), 손해보험(4.63%), 생명보험(4.37%) 등으로 나타났다. 장기수익률 지표인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도 증권업계는 각각 2.93%, 2.45%로 가장 높다. 은행권은 각각 2.15%, 1.93%로, 손해보험은 모두 1%대에 머물렀다.
반면 수수료율로 살펴보면 은행이 총비용부담률 0.412%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이어 생명보험(0.333%), 금융투자(0.325%), 손해보험(0.306%) 순으로 나타났다. 또 증권사에서 거래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 개수가 600~700개로 다양한 반면, 은행은 약 90개~140개 수준에 그친다.
이와 더불어 증권사들은 저마다 고객 확보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금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AI(인공지능) 기반 로보어드바이저(RA) 서비스로 모객에 나설 예정이다. RA에 투자를 일임하는 서비스는 애초 규제로 불가능했지만, 금융위원회의 규제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기업은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2위인 현대차증권은 그룹 계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전문성을 키우기로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현대차증권 퇴직연금 계열사 비중은 77.9%다. 현대차증권은 한국펀드평가와 업무협약을 맺고 실물이전 테스크포스(TF)를 설치, 확정기여형(DC) 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3, 4위를 다투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RA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퇴직연금 계좌까지 확대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퇴직연금 제도로 큰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평균 기준 증권사의 수익률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생명보험 2.3%, 은행 2.2% 순이다. 같은 기간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이 15.2% 커지는 가운데 증권이 18.8%를 성장률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도입하는 취지 자체가 기존의 낮은 수익률에 머물러 있는 적립금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라며 "수익률도 증권사가 가장 높고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 추세도 증권업계가 가장 빠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