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속되어 온 통신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일본 최대 통신사는 기존의 일본 자국산의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 해외 제품 도입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1일 전했다.
도코모는 향후 2년간 총 1000억 엔을 투자해 기지국 장비를 교체할 계획이다. 후지쯔 제품을 에릭슨, 노키아 등 해외 기업의 제품으로 대체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통신 업계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국산 장비 우선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
도코모는 2023년부터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번화가와 주요 역 주변에서 5G 데이터 통신 속도 저하 현상이 지속되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적인 통신 품질로 이동통신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온 도코모에게 이는 심각한 경영 문제로 대두됐다.
회사 측은 올해 3월까지 약 300억 엔을 투입해 전국 2000여 곳에 기지국을 증설하는 등 집중 대책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도코모는 이전 대책의 3배가 넘는 1000억 엔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도코모는 최근 스웨덴의 에릭슨과 조달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에 에릭슨의 최신형 안테나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지방에서는 노키아 제품의 설치를 늘릴 계획이다.
KDDI는 에릭슨, 삼성전자 (KS:005930), 노키아 제품을, 소프트뱅크는 에릭슨과 노키아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경쟁사에서는 도코모와 같은 대규모 통신 속도 저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코모는 장비 차이가 통신 품질 차이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기지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점유율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2023년 기준으로 NEC와 후지쯔를 합쳐도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의 화웨이가 31%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에릭슨(24%)과 노키아(19%)가 그 뒤를 잇고 있다.
화웨이의 연간 연구개발비가 약 3조 2800억 엔, 에릭슨이 약 7000억 엔인 데 비해 후지쯔는 약 1200억 엔, NEC는 약 1100억 엔으로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서도 일본 기업들은 크게 뒤처져 있다.
이번 도코모의 결정은 일본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지쯔의 기지국 사업은 도코모가 최대 고객이었던 만큼, 업계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일본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은 스마트폰 등장 이전 3G 시대에는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5G 시대에 들어서면서 기술 개발에서 뒤처져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도코모의 이번 결정은 일본 통신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