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쉬운 창업’의 대명사였던 편의점을 앞으로는 쉽게 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근접출점 제한을 핵심으로 한 편의점업계의 자율규약이 4일 맺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목 좋은 곳에 편의점을 선점한 점주의 ‘몸값’은 크게 뛸 것으로 예상된다.
편의점들은 근접출점 제한과 관련, 담배 소매인 지정업소 간 거리제한(50~100m)에 따르기로 합의했다. 2000년 출점제한 조치가 사라진 뒤 18년 만에 사실상 부활했다.
국내에서 편의점이 4만 개를 넘긴 상황에서 이 같은 거리제한은 편의점을 열려는 신규 창업자에게 큰 진입장벽이 될 전망이다. 웬만한 도심 상권에는 100m 이상 떨어진 편의점을 찾기 어렵다. “기존에 영업하던 편의점이 폐업하지 않는 이상 틈새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게 편의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신도시, 새로 인구가 유입되는 혁신도시 등에 신규 출점이 몰릴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한다.
신규 창업자가 어렵게 입지를 찾는다 해도 매출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선 본사의 출점 승인을 받기 어렵다. 설립 1년 미만의 신규 점포는 일정 금액 이상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 본사에서 지원을 해줘 심사가 깐깐해질 것이란 게 대체적 예상이다. 이번 편의점 자율규약에는 폐점을 쉽게 하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본사로선 손익분기점을 못 넘긴 상황에서 점주가 폐점하면 적자를 고스란히 안아야 한다.
더구나 국회에는 현재 점주들의 최저수익 보장 기간을 늘리는 법안도 올라와 있다. 본사가 과거처럼 우후죽순 점포를 늘리는 데 부담된다는 얘기다. 올 들어 10월까지 CU GS25 양대 편의점의 점포 수는 월평균 60개 안팎 느는 데 그쳤다. 작년 150여 개에서 반토막 난 것이다. 앞으로 이 숫자가 더 줄어들 것이란 게 편의점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출점규제는 기존 편의점주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다. 하루평균 매출 200만원 이상을 올리는 ‘특급 점포’ 점주는 특히 그렇다. 다른 편의점이 들어오고 싶어도 진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통상적 계약기간 5년이 지난 특급점포 점주를 잡기 위한 편의점 본사 간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지금도 계약기간이 끝난 점주를 영입하기 위해 수천만원을 쓰는 사례가 많다”며 “앞으로 이들의 몸값이 더 올라 본사의 비용 증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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