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오클라호마주 네마하 광구. SK는 이곳에서 하루 3900배럴의 셰일오일을 생산한다. /주용석 특파원
안개가 자욱하게 낀 지난달 30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차로 1시간가량 달리자 황무지 한복판에 박혀 있는 거대한 원유 시추기가 눈에 들어왔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5월 인수한 네마하 원유 생산광구다. 곳곳에서 땅을 파고 쇠파이프를 박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소장인 안형진 시추담당 부장은 “서울 절반만 한 크기의 네마하 광구에 120개 정도 (채굴) 구멍을 뚫었다”고 했다.
‘국제 유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생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0월 초 연중 최고인 배럴당 76달러대까지 올랐지만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금은 배럴당 50달러 선으로 34%나 폭락한 상태다. 안 부장은 “이미 생산 중인 유정(油井)은 배럴당 10달러대에도 문제가 없다”며 “유가 영향을 받는 건 새로 뚫는 유정인데 배럴당 40~50달러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내년엔 네마하 광구는 물론 인근 플리머스 광구에서도 잇따라 신규 시추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하루평균 5700배럴가량인 두 광구의 원유 생산량을 장기적으로 하루 2만~3만배럴 수준으로 늘린다는 게 SK의 목표다.
SK가 유가 급락에도 석유개발을 확대할 수 있는 힘을 기른 건 ‘비싼 수업료’를 치른 덕분이다. SK는 2014년 3억6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해 플리머스 광구 운영권을 사들였다. 지분투자만으론 수익성은 물론 석유개발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곧바로 시련이 닥쳤다. 당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유가가 몇 달 뒤 20달러대까지 곤두박질치면서다. 북미 석유사업은 한동안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SK는 사업을 철수하지 않았다. 대신 석유시추 기술을 개발하고 지질 분석 능력을 키웠다.
이런 힘든 경험은 SK가 올해 두 번째로 셰일오일 광구(네마하 광구) 운영권을 인수한 배경이 됐다. SK는 네마하 광구에 총 4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김태원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부문 북미사업본부장은 “북미 (석유개발) 업체들은 노하우는 전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지분 투자를 위한) 돈만 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겁 없이 (운영사로) 들어와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결국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 중 유일한 아시아 회사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SK는 미국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중국 셰일오일 사업 진출도 노리고 있다. 아직까지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한 게 흠이지만 중국 정부가 셰일오일 개발에 관심이 많아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오클라호마시티=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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