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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①새로운 유형의 행동주의?…'밸류업 vs 사익' 무엇을 노리나

입력: 2024- 09- 30- 오후 03:30
[S리포트]①새로운 유형의 행동주의?…'밸류업 vs 사익' 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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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름이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낱낱이 파헤치는 세미나를 열고 전문성을 과시하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그 주인공. 지난 8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시도에 대해 지분 교환 비율을 문제삼는 세미나를 개최했고 이후 금융당국이 나서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과거에도 기업을 향해 주주들의 이익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요구했지만 현재는 한층 공격적인 목소리를 내며 기업 밸류업의 수호자인지, 사익단체일 뿐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기업과 주주들의 관심사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이다. 정부는 저평가된 국내 기업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밸류업 정책을 펼쳤고 그 일환으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공개했다. 시가총액과 수익성, 주주환원 정책,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기준으로 100개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개선 어려운 허점 파고드는 '자본'

기업들은 그동안 'ESG' 경영을 앞세웠다.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다. 단지 얼마를 투자해서 얼마를 벌었는지에 대한 재무적 정량평가 외에 기업활동이 사회와 환경에 미친 영향을 살피려는 비재무적 지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ESG 경영은 필수로 자리잡았다.

투자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은 'E'와 'S'에 있어 많은 개선을 이뤘지만 'G'는 여전히 허점이 많다고 본다. 이른바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파고들어 경영권을 흔드는 일이 자주 벌어지는 배경이다. 기업의 불법승계 의혹과 사익 편취 등을 주로 파고들었다.

기업 사냥꾼은 시세차익 등 특정한 목적을 위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사모펀드의 일종인 행동주의 펀드는 특정 기업 주식을 사들이고 되팔면서 수익을 올리는데 그 과정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강력한 주주환원책 등을 요구한다. 과거엔 외국계 펀드들이 '행동주의' 성향이 짙었지만 현재는 국내 투자사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뜻을 내비치고 원하는 바를 관철하려 기업을 압박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기업 구성원들은 '평생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돼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2018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KS:005380) 지분을 사들이며 공격할 때도 지배구조 개편을 빌미로 고액 배당과 이사회 참여 등을 요구했고 반감을 샀다. 이후 한진그룹을 둘러싼 이슈도 있었다. 토종 사모펀드 KCGI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지만 강력한 한진 측 우군들의 협력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파고드는 새로운 방식도 등장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KCGF, 2019년 12월12일 설립)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미국의 주주행동주의가 기업 혁신, 생산성, 주가수익률에 기여했지만 한국에선 경영권 방어수단이 다양해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본다. 이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세미나 등을 개최하며 긴 호흡으로 접근하고 있다.

포럼의 주요 회원은 자산운용사 대표들로 구성됐다. 2020년 사단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았다. 현재 포럼을 이끄는 이남우 회장은 과거 삼성증권 리서치 센터장, 메릴린치, 노무라증권 등을 거친 전문가다.

포럼은 소수의 지배주주가 기업을 이끄는 구조는 혁신과 성장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 시점엔 '기업 거버넌스'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경제개발 시기엔 국가가 적극 관여하며 수출산업과 기간산업을 육성했지만 기업 성장에 따라 자본시장 역할이 중요해졌고 경제위기 이후 국가 지배가 사라진 만큼 장기적 성장을 위한 경제의 구조조정, 자본배분의 효율성이 기업 거버넌스의 역할로 남았기 때문이다.

류영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초대 회장은 창립선언문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소득 9%를 매월 원천징수해 조성한 약 700조원중 120조원을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며 증권시장을 지탱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납세자들의 노후자금 상당부분이 공개된 기업에 투자됐음에도 주주 일반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현실 때문에 기업거버넌스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이 제기되고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구조 재편에 목소리 내며 영향력 키워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주요 활동계획은 1)연구 2)교육 3)참여로 나뉜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들이 국내 정서상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업을 압박했다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직접 개최한 세미나를 통해 상당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며 반대 목소리를 낸다.

지난 8월 두산로보틱스의 지배구조 재편 시 합병 비율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세미나를 열었고 이후 일부 주주의 동조가 더해지며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최근엔 사모펀드 MBK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점에 찬성하는 뜻을 밝히며 매수 비율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활동에 의구심을 보인다. 투자회사의 대표들이 주된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그동안 발언권이 적었던 일반 투자자를 대신하겠다는 취지로 뭉친 단체"라며 "하지만 이 포럼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의 이익이 얼마나 증대됐는지는 알 수 없는 데다 일부 구성원들의 행보를 보면 진정성 측면에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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