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회장은 대우중공업에 다니다 1979년 한샘으로 옮겼다. 사람들은 “왜 대기업을 그만두고 싱크대업체로 가냐”며 말렸다. 하지만 그는 작은 중소기업을 직접 대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의 영업력과 추진력, 근면함은 조창걸 명예회장의 눈에 띄었다. 조 명예회장은 1994년 45세이던 최 회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파격이었다. 그해 매출은 1000억원이었다. 지금 한샘은 2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컸다. 40년간 함께 일한 조 명예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최 회장은 “조 명예회장과 나는 정반대 성격”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상당히 현실적인 반면 조 명예회장은 이상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명예회장이 꿈을 꾸면 최 회장이 현실로 만든다고도 했다. 일본 쪽 사업 파트너들은 두 사람을 ‘환상의 콤비’라고 한다고 최 회장은 전했다.
최 회장은 스스로 사업하려는 생각도 했고 도와달라는 회사도 여럿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최선을 다해 이루는 것과 (나가서 사업하는 게) 큰 차이가 없겠다 싶어 머무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금도 최 회장은 조 명예회장과 1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난다. 회사일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 북핵 문제 등 대화의 소재는 다양하다. 조 명예회장은 한샘 창업 때부터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싱크탱크 설립을 꿈꿔왔다고 한다. 결국 2015년 한샘 주식 260만 주를 출연해 학술·정책 연구단체인 여시재를 설립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반도는 지정학적인 여건 때문에 미·중·일·러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휘둘릴 수밖에 없다”며 “조 명예회장은 주변 강대국에 의한 한·일강제병합, 6·25전쟁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진수/심성미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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