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겪은 손실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삼성물산과 이재용 삼성전자 (KS:005930) 회장,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김신·최치훈·이영호 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상우)에 배당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의 초기 제기 금액은 5억1000만원으로 설정되었으나, 향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전문가 감정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금액이 산정되면서 청구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이번 손해배상 청구 소송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시 합병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손해배상 소송의 소멸시효는 피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10년이다.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를 기준으로 이번 사건의 소멸시효는 2025년 7월로, 국민연금은 소멸시효 만료 1년을 앞두고 소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 주식 1주를 삼성물산 주식 약 3주와 교환하는 합병을 결의했고, 2개월 후 임시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결되어 같은 해 9월 1일 합병이 완료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특별검사 수사 결과, 삼성 일가에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제일모직 가치는 높게, 삼성물산 가치는 낮게 합병비율(1:0.35)이 책정됐으며,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손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외압으로 합병에 찬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재용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부당 합병·회계 부정 등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기소 3년 5개월 만인 지난 2월 이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항소심 선고는 내년 1월 27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번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는 대규모 기업 합병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소송 진행 과정과 그 결과는 기업 지배구조와 기관투자자의 역할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