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 회장 겸 르노자동차 최고경영자(CEO·사진)가 보수를 축소 신고한 혐의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올해 연봉을 수십억원 이상 줄여서 신고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곤 회장은 유가증권보고서 허위기재 혐의로 구속수감될 전망이다. 곤 회장에 대한 조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유럽 증시에서 르노 주가가 10% 이상 급락하는 등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NHK 등 일본 언론은 19일 “도쿄지검 특수부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을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도쿄 지검은 수사시작 1시간여 만인 오후 7시께 곤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생산대수 기준 세계 2위 글로벌 자동차 업체 CEO가 일본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곤 회장의 검찰 조사는 보수 축소 신고 때문으로 알려졌다. 곤 회장은 올 6월 주주총회에서 2017년 닛산에서 전년 대비 33% 줄어든 7억3000만엔(약 72억89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곤 회장은 부품 거래처 등에 다른 대가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닛산의 해외법인이 조직적으로 거래대금 내역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축소 보고한 보수가 최대 10억엔(약 99억8500만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닛산자동차는 이날 “곤 회장이 수년 동안 실제 받은 금액보다 적은 액수를 유가증권보고서에 기재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사회에 닛산 회장직 해임을 제안한다”고 발표했다.
곤 회장의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증시에서 르노 주가는 장 초반 전 거래일 대비 10% 안팎 급락했다.
곤 회장은 1999년 경영위기에 빠졌던 닛산에 르노가 출자했을 때 닛산에 파견돼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왔다. 2000년 닛산 사장에 취임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한 뒤 2005년엔 르노 사장을 겸임했다. 2016년에는 미쓰비시자동차 회장도 맡았다.
갑작스러운 보수 축소보고 혐의로 곤 회장이 일본 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향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마찰음 없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커지고 있다. 대주주가 르노그룹인 르노삼성자동차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상호 출자로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르노가 닛산 지분을 43.4% 보유하고 있고, 닛산은 르노 지분을 15% 갖고 있다. 닛산이 또 미쓰비시 지분을 34% 보유하면서 세 회사가 상호 연결된 구조다. 이 세 회사를 곤 회장이 이끌며 지난해 1061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해 독일 폭스바겐(1074만 대)의 뒤를 이어 세계 2위 업체로 우뚝 섰다.
하지만 르노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가 자국 자동차산업 육성을 위해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종용하면서 마찰음이 커지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곤 회장 조사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는 재앙”이라고 표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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