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 지연 보고한 우리금융 현 경영진을 연이어 비판하면서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이 손태승 전 회장뿐 아니라 임종룡 현 회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우리은행 부당대출 미보고, 금융당국 제재 검토
24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을 우리은행이 적시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판단, 제재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부당대출 정황을 내부검사에서 발견했음에도 금감원에 4개월간 지연 보고한 것이 드러났다.
은행법 34조 3항은 은행들이 횡령·배임 등 금융범죄 관련 사고 발생 시 15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당시 여신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보고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규정 시행세칙 67조에 따라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여신은 금융사고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를 단순 부실 대출로 보기 어렵다고 입장이다. 전 손 회장과 연관된 위법 혐의가 드러난 사안으로 즉시 보고가 필요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우리은행이 3월에 자체 검사를 했지만 금융사고로 보지 않아 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당국의 보도자료 이후 고소까지 했으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고소를 할 사안이었다면 사전에 감독 당국에 보고하거나 즉시 고소를 진행해야 했는데 보도자료 발표 후 부랴부랴 고소하는 이런 형태는 안되지 않나”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은 부당대출 의혹이 공론화되자 급히 배임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이 사태 수습 과정에서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당시 여신심사가 금융범죄와 연관되었는지 조사 중이다. 단순 심사 소홀이 아닌 금융범죄와 직접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면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미보고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금융사고 미보고로 은행법을 위반한 은행은 은행법 제69조 1항에 따라 과태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임직원은 신분제재를 받을 수 있다.
당국 내부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 5월 2차 심화검사 착수 시 ‘친인척 대출 관련 특이 자금거래’ 정황을 발견하고, 범죄혐의를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수개월간 이를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고 금감원은 외부 제보를 통해 금융사고를 인지한 후 6~7월에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원장은 우리은행의 보고 지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의 행태를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최근 “우리은행 부당대출 건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의 친인척에게 수백억 원이 부당하게 대출되어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이라며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어야 하고 엄정한 내부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원장은 전직 회장이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다고 주장하며 금감원 미보고를 합리화하는 행태를 비판하며 “기관 자체의 한계로 문제를 밝혀내지 못했으면 계좌추적권, 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 신속히 의뢰해 진상을 규명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금감원에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주문하며 유사한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이게 할 정도로 강력한 법적 권한을 행사할 것을 당부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우리은행의 문제를 넘어 금융지주 회장인 임종룡 회장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분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의 책임론이 점차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시행될 ‘책무구조도’가 그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구조도는 금융지주와 계열사의 내부통제 관리책임 범위를 사전에 정하는 제도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 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금융지주 회장의 책임을 더욱 철저히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