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관계자들이 판교 KT 신사옥에서 공사비 갈등 규탄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쌍용건설 제공
[인포스탁데일리=김근화 기자] 공사비 인상분 처리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 해왔던 KT(030200)와 쌍용건설이 조정 기간을 갖게 된다. 이번 분쟁이 완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잇따른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KT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는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와 쌍용건설이 KT에 제기한 '공사대금 청구의 소'에 대해 조정 회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쌍용건설은 판교 KT 신사옥 시공 과정에서 상승한 원자재 가격 등 공사비 증액분을 KT 측에 요구했으나 KT는 계약시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넣었으므로 공사비 지급 의무가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KT는 공사비 인상분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받기 위한 소송에 나섰고, 쌍용건설은 공사대금을 받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조정 회부 결정은 소송절차를 진행하기 전에 서로 완만히 합의하기 위한 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다. 양 측이 합의점을 찾게 되면 사건은 마무리되지만, 당사자가 조정 의사가 없으면 조정이 불성립돼 다시 민사소송이 진행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고려했을 때 양 측이 이번 조정 회부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3년 11월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부정한 고등법원 판결이 나왔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아래와 같은 논거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의거해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이 일부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정부는 물가변동 배제특약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물가변동 배제특약과 관련해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의 조정을 인정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정하여 도급계약의 내용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 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지부진한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정은 쉽지 않을 것이고 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 자체가 소모적이다. KT는 계약상으로 공사비 인상분을 지급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법원 판결이 필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소송 리스크는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소지가 있다.
KT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KT가 피소돼 계류중인 소송사건은 184건, 소송가액은 1718억원이다.
KT는 지난 2012년 KT 이용자 8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153억원 가량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했고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 8개 카드사와는 862억 가량의 부가가치세 환급액을 두고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연세대학교 '기업의 소송제기 공시에 대한 시장반응과 감사인의 대응' 논문을 보면 "소송사건 발생으로 회사가 피소를 당하면 기업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특히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전소송에 대해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근화 기자 srmsgh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