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일명 ‘두산밥캣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순자산이 6조원에 달하는 밥캣과 2015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이 적정한 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두산 측은 법대로 하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역행하는 행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정부가 상장사의 주주환원 확대를 위한 밸류업에 고심인 와중에 소액주주들을 울리는 두산의 합병 계획을 심층 분석 했다. |
[인포스탁데일리=신민재 기자, 윤서연 기자]
두산그룹이 사업 재편에 착수한 가운데 핵심으로 꼽히는 알짜 계열사 두산밥캣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기업이 M&A(인수·합병)을 통해 두산그룹 품에 안길 때부터 주목 받은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위기 때마다 ‘반드시 살려야 하는’ 존재로 인식됐다. 굴곡진 두산그룹의 역사만큼 두산밥캣의 기업사도 다사다난 그 자체다.
두산 밥캣 주요 연혁. 자료=두산밥캣
두산밥캣에 ‘두산’ 간판이 달린 건 2007년이다. 두산그룹은 49억달러라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미국 산업용 기계·장비 업체 잉가솔랜드(Ingersoll Rand Inc)로부터 밥캣을 인수했다. 현재 환율 기준 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M&A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가 흔치 않은 때, 더욱이 조 단위의 자금을 투입하는 거래라는 점은 시선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 거래는 두산그룹의 정체성 변화에 정점으로 여겨진다. 그룹의 핵심이던 소비재 산업을 버리고대신 중장비·발전 사업으로의 전환에 방점을 찍은 게 밥캣 인수다. 두산그룹은 ▲OB맥주 ▲코카콜라 ▲버거킹 ▲KFC ▲한국네슬레 ▲한국3M 등을 정리하고,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을 사들였다. 각각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과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가 된다. 그리고 두산밥캣이 더해지면서 두산그룹은 포트폴리오의 퍼즐을 맞췄다.
하지만 인수 초기, 두산밥캣은 환영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두산그룹에 인수된 이듬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두산밥캣 M&A로도 전이됐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는 탓에 적잖은 부분을 차입매수(LBO·Leveraged Buy-Out)로 메꾸는 전략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이자 비용이 크게 불어나자 두산그룹은 여기저기 손 벌리며 돈을 꾸기 시작했다. 훗날 그룹 역사에 있어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 ‘채권단’과의 악연이 시작되는 신디케이트론(syndicated loan)에도 엮이기 시작한다. ‘승자의 저주’, ‘돈 먹는 하마’ 등 불명예스러운 수식어에 시달려야만 했다.
두산밥캣이 반전 드라마를 쓰기 시작한 건 2011년경이다. 미국 건설경기 회복이 보이며 업황이 살자 실적도 개선됐다. 2011년 흑자 전환 뒤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이 나아지자 재무지표 개선 효과도 뚜렷했다. 부채비율이 2014년 말 기준 105%에서 약 4년 만에 70%대로 낮아졌다. 전체 차입금은 4년여 만에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두산밥캣이 꽃길을 걸은 건 아니다. 두산밥캣의 상황이 나아진 반면 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심화됐다. 두산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그룹의 자금줄이 심각하게 말라갔다.
살림살이가 나아진 두산밥캣은 모회사 배당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의 한 축을 맡았다. 알짜 계열사로 거듭나자 그룹의 대규모 구조조정 속에서 더욱 빛나는 존재감을 보였다.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떼어내고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계열사로 탈바꿈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현재는 사업 재편의 중심에 선 두산밥캣이다. 스마트 머신 사업을 키운다는 그룹의 목표를 위해 또 한 번 적자인 모(母)회사 지원에 나서야 하는 운명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벌어들인 수익으로 R&D 등에 투입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을 것”이라며 “두산그룹의 재건에 막대한 희생을 한 탓에 기업가치가 2007년 M&A 때와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신민재 기자 dydrhkd4@infostock.co.kr,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