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는 최고경영자(CEO) 자사주 먹튀 논란 후 24만원에 달했던 주가가 2만5000원까지 내려왔다. 김범수 위원장의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카카오페이는 대주주 적격성 리스크에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페이는 2100원(7.81%) 내린 2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2일 4만9750원에 거래를 시작한 카카오페이는 지난 3월 3만원대로 내려온 후 지난달 2만5000원선 아래서 거래됐다. 올해 초 대비 카카오페이의 주가 하락율은 50%에 달한다.
'주가 잔혹사' 9만→24만→17만→10만→3만원 계단식 하락
카카오페이는 2021년 11월 3일 코스피 시장에 공모가 9만원으로 상장했다. 상장일 시초가는 18만원에 형성하며 공모가의 2배인 '따상'에 성공, 11월30일 장중 24만8500원까지 오르며 상장 후 최고가까지 올랐다.
카카오페이 주가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경영진의 먹튀 논란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면서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878억원을 챙긴 사건이다. 당시 카카오페이 주가는 17만원까지 떨어지며 시장의 원성을 샀다.
2022년 6월에는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싱가포르(알리페이)가 대규모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통해 주식을 대량 처분하면서 카카오페이의 10만원 저지선이 무너졌다. 최근에는 2대 주주의 알리페이의 매물 출회 위험(오버행 이슈)이 커지면서 계단식 하락이 이어졌다.
지난 3월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 295만주를 주당 3만8380원, 총 1130억원어치 매각했다. 알리페이는 지난 2022년 6월에도 카카오페이 지분(3.8%) 50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한 바 있다. 알리페이의 잇따른 오버행 이슈에 카카오페이 주가는 3만원선이 깨졌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카카오, 힘 빠진 신사업
카카오페이의 주가의 추가 악재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 리스크다. 김범수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리는 작업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로 카카오페이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불거졌다. 금융당국이 인허가가 필요한 사업과 중국·일본 등 해외 진출에 제동이 걸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을 지배하고 있으나 김범수 위원장이 혐의를 털어내기 전까지 다른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고 투자도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금융당국이 증권과 보험 법령에 따라 보통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를 주요주주로 보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도록 규율하고 있어서다.
카카오페이가 추진하는 해외진출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모기업인 카카오 경영진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두고 시버트가 인수 거래가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점은 최종 판결에서도 김 위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는 오랜 기간이 남았으나 향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