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10월05일 (로이터) - 수년 만에 최고치로 솟아 오른 미국 국채 수익률을 따라 일본의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BOJ)은 시장개입을 자제, '국채 수익률 유연성을 허용하겠다'는 지난 7월의 공약을 계속 이행하고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일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 목표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BOJ는 초장기 국채 수익률의 상승을 용인할 것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BOJ의 대규모 국채매입으로 인해 시장 내 유동성이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BOJ가 지난달 말에 이어 초장기 국채 매입규모를 계속 축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지난달 말 당시 국채시장은 안정세였으며, BOJ의 국채 매입규모 감축으로 인해 10년물 수익률이 급등할 위험은 크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10년물 수익률이 BOJ 목표수준 근처에 머물고 있는 한, 초장기 수익률의 추가 상승을 허용할 여유는 있다"고 말했다.
BOJ는 수익률곡선 통제(YCC) 정책에 따라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0.1%로,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 부근으로 유도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대규모 국채매입이 시장 유동성을 고갈시킨다는 비판이 나온 이후 BOJ는 지난 7월 10년물 수익률이 0% 목표에서 더 크게 변동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장기물 수익률은 여전히 좁은 박스권을 형성하는데 그쳤다. BOJ가 초고도완화정책을 더욱 오랜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 탓이다.
그러나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본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2bp(1bp=0.01%p) 오른 0.155%를 기록했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지난 2016년 1월 이후 최고치다. 초장기물 수익률도 올랐다. 30년물, 40년물 수익률 역시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BOJ는 이날 시장개입을 하지 않았다. 지난 8월2일의 기조와 대비된다. 두 달 전 당시에는 장기물 수익률의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해 예정에 없던 국채매입을 시행했다.
소식통들은 BOJ의 달라진 이번 결정을 두고 일본 국채 수익률이 해외 국채 수익률을 따라 오르고 있다는 점이 감안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국채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를 원하는 일부 BOJ 정책위원들의 바람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그동안 BOJ의 대규모 국채매입 탓에 시장 내 거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소식통들은 BOJ가 의도적으로 시장 변동성을 높이려 하지는 않겠지만, 초장기물 수익률이 더 자유롭게 오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BOJ에게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BOJ가 초장기 국채 매입규모를 줄인 이후로 테이퍼링(국채매입 축소)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은 더욱 힘을 얻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1일 발간된 BOJ 보고서에도 주목했다. BOJ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기존에 매입해 보유 중인 대규모 국채 잔고 그 자체만으로도 시장 수익률을 낮게 유지하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신호했다.
토탄리서치의 카토 이즈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장기물 수익률은 BOJ의 정책 목표가 아니다. 때문에 초장기 국채 매입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마도 BOJ는 초장기 국채 대량매입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그 채권들이 매우 긴 시간 동안 BOJ의 대차대조표에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