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지난 14일 미국의 한 곡물 가공회사와 손잡고 바이오 플라스틱 합작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자연분해까지 100년 가까이 걸리는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바이오 플라스틱은 일정 조건에서 몇 개월만 지나면 자연분해된다. 친환경 소재인 ‘썩는 플라스틱’을 제대로 만들려면 옥수수에서 추출한 양질의 원료가 필요하다. LG화학은 파트너로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를 선정했다. 120년 역사를 지닌 ‘곡물 메이저’ ADM은 바이오케미컬, 대체육, 탄소포집 등 미래 먹거리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탄소포집 등 친환경 사업 활발1902년 설립된 ADM은 4대 곡물 메이저 ‘ABCD’ 중 하나다. ABCD는 ADM,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드레퓌스(Louis Dreyfus)를 말한다. 이들은 대두(콩) 등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ADM은 곡물 저장, 유통, 가공에 이르는 전반적인 농산물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하며 성장했다. 지금도 성장 중이다. 후안 루시아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여러분은 계속해서 (ADM의) 성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ADM은 환경 관련 기술 투자에 특히 적극적이다. LG화학과의 협업도 그 일환이다. 전통적 곡물 산업은 농기계 사용, 곡물 운송 등 탄소 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ADM은 2009년부터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바이오 연료 공급원에서 탄소를 포집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탄소포집은 ‘탄소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상계해 0이 되는 상태)’을 달성하기 위한 필수 기술이다. 지금까지 땅 밑에 탄소 300만t가량을 영구 저장했다. 1년간 약 65만 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제거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는 게 ADM 측의 설명이다.
또 2025년까지 50억 갤런(약 189억L)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 디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두 처리 공장을 짓고 있다. 바이오 디젤은 쌀겨, 대두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을 알코올에 반응시켜 만든다. 경유와 혼합해 사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ADM은 내년부터 연 6억 파운드가량의 친환경 바이오 디젤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사업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소”코로나19 팬데믹 속에 ADM 주가는 완만하게 올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DM은 58.9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초 이후 이날까지 주가 상승률은 28% 수준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 곡물 가격이 출렁이고 매출이 들쭉날쭉한 게 약점이다. ADM 매출의 80%는 농업 서비스 및 종자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미·중 갈등도 악재였다. 중국은 세계 최대 곡물 소비 시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면서 성장성이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ADM은 2016년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사료 사업을 시작했고, 이 부문은 연평균 15% 이상 성장하고 있다.
‘고기를 대신하는 고기’ 식물성 대체육 사업에도 나섰다. 플랜트플러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브라질에서 콩으로 만든 대체육 상품을 판매 중이다. 지난 7월에는 남유럽 최대 비(非)유전자변형식품(GMO) 콩 원료 단백질 제품 생산업체 소자프로틴을 인수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ADM의 신사업은 밸류에이션 재평가 요소”라며 “급성장이 예상되는 탄소 포집, 그린 디젤, 대체육 시장 등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수혜 가능”본업도 순항이 예상된다. 이상기후로 곡물 가격이 오르는 데다가 물가 상승 국면에서는 상품회사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한 연구원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곡물 가격이 올라도 빠르게 판매 가격에 이를 전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8월 세계식량지수는 127.4포인트로 상승했다. 7월(123.5포인트)보다 3.1% 높은 건 물론 2011년 이후 최고치다. 1년 새 30% 이상 치솟았다.
곡물 가격 급등세에 ADM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8% 늘어난 229억달러를 기록했다. 분기 기준 8년 만의 최대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2억 마리까지 감소했던 중국 돼지 수가 최근 4억 마리 수준으로 회복하며 사료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시포트글로벌은 향후 1년간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업종 중 하나로 ‘농업’을 꼽고 ADM을 톱픽으로 제시했다. 에릭 라슨 애널리스트는 “빠듯한 곡물 공급, 강한 수요, 가격 변동성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40년 이상 연속으로 전년보다 배당 지급액을 늘려온 ‘배당 귀족주’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은 2.5% 수준이다.
배당 지급월은 3월, 6월, 9월, 12월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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