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7월13일 (로이터) - 장기간의 생산차질로 인해 세계 원유 여유 공급능력이 한계치까지 사용되었을 수 있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이로 인해 유가가 오르고 수요 성장세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주 동안 유가는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미국발 제재에 따른 이란 원유수출 감소 예상과 캐나다, 북해, 리비아에서 발생한 공급 차질 등의 요인이 겹친 영향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OPEC을 비롯해 감산 합의에 참여한 산유국들)는 감산합의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수급 문제에 대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를 부추긴다며 OPEC을 비난했고, 그 후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을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월간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IEA는 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매우 반가운" 신호가 이미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IEA는 곳곳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한 탓에 세계 공급 압박에 방점이 찍혔다고 밝혔다. 세계의 여유 생산능력이 "한계치까지 소진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유 생산능력은 산유국들이 비교적 단기간에 산유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여유 생산설비는 중동지역에 다수 분포돼있다.
IEA는 6월 중 OPEC의 산유량이 일평균 3187만배럴로 4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7월 중 중동지역의 여유 생산능력은 일평균 160만배럴로 나타났다. 세계 산유량의 약 2%에 해당하는 양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올해 4분기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에 사우디는 추가 증산을 단행할 수도 있다. IEA는 이때문에 향후 사우디의 여유 생산능력이 일평균 100만배럴 미만으로 전례없는 수준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非)OPEC 산유국들의 산유량이 늘고 있고 미국 셰일오일의 생산량도 급증세지만, 이를 두고 IEA는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충분한 양이 생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EA는 "현재 나타나는 석유시장의 취약성은 유가를 지지하고 있으며, 이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다"라며 "시장 내 수급 부족 우려를 완화할 정도의 대규모 석유 생산이 이뤄질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IEA는 올해 석유 수요 증가폭 전망치를 일평균 140만배럴로 유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유가가 수요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고유가 탓에 소비국들 사이에는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장기화하고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석유 수요 증가세에 뚜렷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IEA는 향후 이란의 석유 수출 감소폭이 과거 국제 제재에 따라 줄어든 양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제재 당시 이란의 원유 수출은 일평균 120만배럴 감소했다. 이란의 석유수출량은 일평균 약 250만배럴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은 아시아에 공급된다.
이에 따라 중국과 인도는 수출량이 급감하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석유의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큰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IEA는 말했다. 중국과 인도는 세계에서 각각 2위, 3위의 석유 소비량을 기록하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 6월 이란이 유럽에 수출한 석유의 양은 약 50% 줄었다. 올 11월 발효되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앞두고 정유업체들이 점진적으로 구매량을 줄인 영향이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