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우)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연초부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기싸움이 팽팽하다. 업계 1위 KB금융은 2위인 신한금융과 격차를 벌린다는 심산이고, 신한금융은 리딩뱅크 탈환을 위해 모든 것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KB금융그룹을 압도적인 리딩금융그룹으로 만들겠다"며 "금융혁신을 주도하는 1위 금융그룹으로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 회장은 KB금융의 올해 경영전략으로 'R.I.S.E'를 내놨다.
본업 경쟁력 강화(Reinforcement), 고객 중심 기업 인프라 혁신(Innovation), 새로운 KB 문화 정착(Smart Working), 사업영역 확장(Expansion)의 의미를 담았다.
그룹 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KB국민은행에도 '압도적인 리딩뱅크'를 주문했다.
이에 허인 국민은행장도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에 '초격차'를 당부했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은 피, 땀, 눈물로 1등 은행 자리를 되찾았다"며 "크고 강한 KB국민은행을 만들어 경쟁자와의 '압도적인 격차'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자신했다.
KB금융은 신한금융이 9년간 사수했던 리딩뱅크 자리를 2017년에 탈환했다. 아직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KB금융이 지주 창립 이래 최대 실적으로 왕좌의 자리를 지킨 것으로 보고 있다.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8688억원, 신한금융은 2조6434억원이다.
신한금융은 리딩뱅크를 위해 절치부심에 나섰다. 뜀틀 위를 넘는 동작인 '창도(創導)'를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모든 것을 쇄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0 스마트 프로젝트(SMART Project)라는 일관된 전략 아래 올해도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이라는 목표를 향해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그룹 슬로건은 지난해와 동일한 '더 높은 시선(視線), 창도(創導)하는 신한'이다.
조 회장은 "조직 체계부터 시스템·프로세스, 상품·서비스까지 익숙했던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의 길로 나서야 한다"며 "작년 말 세대교체를 위한 그룹 경영진 인사를 단행했고, 앞으로도 능력있는 인재 중용, 외부인재 수혈, 여성리더 육성 등 그룹 차원의 쇄신 노력을 지속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아시아부동산신탁을 인수하며 그룹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두 회사가 내년에 신한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KB금융의 실적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조 회장은 "현재 인수 작업을 진행 중인 오렌지라이프, 아시아신탁은 기존 그룹사와 긴밀히 협업해 신한의 강점인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KB금융도 인수·합병(M&A)에 문을 활짝 열어 신한금융의 반격에 맞서고 있다.
허 행장은 "전략적 M&A를 추진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M&A를 시사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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