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29일(현지시간) 또 다시 폭락했습니다. 다우는 0.99% 떨어졌고 S&P500은 0.66%, 나스닥은 1.63% 내렸습니다.
그것도 장 초반 다우는 4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다가 막판 500포인트 넘게 빠질 정도로 힘없이 주저앉았습니다.
이날 시장을 무너뜨린 건 중국과의 갈등이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아침 “오는 11월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해법을 도출하지 못하면 나머지 중국산 수입품 2670억달러에 대한 관세를 때릴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 미 상무부는 중국 푸젠진화반도체에 대해 미국 기업의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치가 중국에겐 더 아플 수 있습니다.
푸젠진화(Fujian Jinhua Integrated Circuit Company)는 어떤 기업일까요?
중국 정부는 산업발전 계획인 '중국제조 2025'를 강하게 추진중인데요. 이 계획의 핵심인 반도체산업의 첨병에 서있는 곳입니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는 푸젠진화와 허페이창신은 D램, 칭화유니 계열의 창장메모리(YMTC)가 낸드플래시 양산을 맡고 있습니다.
푸젠진화는 푸젠성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대만 UMC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현재 D램을 시험생산중입니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대량생산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이를 위해 2016년부터 푸젠성에 6조원 가량을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는데요. 이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지금 시험생산을 하는 첫 라인뿐 아니라 몇 개 라인이 더 들어서야합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제재로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반도체 라인에 들어가는 주요 장비는 상당 부분이 미국산입니다.
글로벌 톱 5 장비회사 중 1위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뿐아니라 4위 램리서치, 5위 KLA-텐코가 미국 회사입니다. 네덜란드의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나머지구요.
중국이 수십조원을 투입한 반도체 산업이 꽃을 피지도 못하고 날아갈 판이 된 겁니다.
미국은 우선 마이크론과 특허 분쟁중인 푸젠진화를 겨냥했지만, 창장메모리나 허페이창신도 제재 가시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계가 중국에서 운영중인 공장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국산화율은 20% 수준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업고 한국을 맹추격하던 중국 반도체 업계의 발전이 지연되거나 좌초되면서 우리에겐 낭보가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정부로선 저숙련, 저기술 중심 경제를 고부가, 첨단 기술 경제로 바꾸겠다는 계획인 ‘중국제조 2025’에 큰 차질을 빚게됐습니다.
하지만 이 계획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계속 세계의 하청공장으로 남을 수는 없으니까요.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언젠가 거둬들일 수 있지만, '중국제조 2025'에 대한 견제를 없애지는 않을 겁니다. 인공지능(AI), 무인차, 전기차 등 첨단 기술에서 중국에게 큰 위협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이날 뉴욕 증시의 반응은 그래서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제 돌아오지 못할 다리의 중간쯤을 지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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