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내몰린 카드사들이 내년 초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요구대로 카드 수수료가 또다시 대폭 인하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장경호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 겸 우리카드 노조지부장은 23일 “무조건 내리라는 식의 가맹점 수수료 정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대로면 카드업계 고사로 대규모 직원 해고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VAN·밴) 등을 합친 카드업계 직원 수는 약 15만 명이다. 이들 상당수가 고용불안에 내몰릴 것이라고 장 의장은 우려했다.
장 의장은 “카드사 노조와 상인단체는 현행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정책이 불공정하다는 데 뜻을 모아 해결 방안을 제안했는데 정부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노조로 구성된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공동투쟁본부’와 상인단체가 모인 ‘불공정 카드 수수료 차별 철폐 전국투쟁본부’는 이날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방안을 재검토해달라”는 성명서를 냈다. 소상공인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면서도 카드사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방지할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달라는 취지다. 이들은 “카드산업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는 협의체를 구성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3%에서 1.5%로 0.8%포인트 내리는데 구간별로 차이는 있다”며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은 다른 세제까지 감안하면 거의 0%에 가깝게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26일 금융위원회와의 당정협의를 앞두고 여당에서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시한 것으로 금융계는 분석했다.
카드업계는 여당 방침에 경악하고 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이 대표의 발언은 카드 수수료 상한선을 낮추라는 의미”라며 “이를 현재 2.3%에서 1.5%로 내리라는 것은 카드사에 대규모 적자를 보고 영업하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카드사 임원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카드사 희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카드사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는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이 법은 금융위가 3년에 한 번씩 카드사의 적격비용(사실상의 원가)을 분석해 카드 수수료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법에 ‘관치금융’을 가능토록 한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관치금융’이 ‘정치금융’으로 악화됐다는 것이 금융계의 분석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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