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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추모로 막오른 '항공업계 유엔총회'…'조원태 시대' 알렸다

입력: 2019- 06- 03- 오전 03:54
© Reuters.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사무총장(단상 위 오른쪽)과 카렌 클레이턴 IATA 사무비서관(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ATA 연차총회 개회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하늘에 계신 제 아버지 조양호 회장님도 사랑하는 조국인 대한민국 서울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가 열리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 IATA 총회 의장으로 선출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44·사진)은 지난 4월 8일 별세한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부곡(思父曲)으로 개막을 알렸다. 전 세계 290개 항공사와 제조사, 정부기관 및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IATA 총회는 ‘항공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린다. 올해로 75회를 맞은 IATA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양호 회장 추모 물결

IATA 총회의 서울 개최는 고(故) 조 회장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항공 외교 덕분이라는 게 항공업계 평가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은 1989년 국적항공사 최초로 IATA에 가입한 이후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한국의 위상 강화에 노력해왔다. 이번 서울 총회 의장직도 고 조 회장이 맡기로 돼 있었다. IATA 총회 의장직은 주관 항공사(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게 관례다. 고인의 장남이자 대한항공 대표이사인 조 회장이 의장직을 승계한 이유다.

이런 위상을 반영하듯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IATA 사무총장도 이날 개회식에서 “그는 세계 항공업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오늘 우리가 서울에 모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고 조 회장을 기리는 묵념을 제안했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800여 명의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인을 추모했다.

조 회장은 개막사를 통해 “이번 IATA 총회는 항공업계에 다가올 기회와 위기, 도전들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라며 “항공업계가 발견한 기회와 가능성이 고객은 물론 인류의 더 나은 미래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IATA는 이날 총회에서 승객의 생체식별 정보를 활용해 수속을 간소화하는 ‘원 아이디’와 무선주파수인식(RFID) 기술을 활용한 수하물 추적 시스템 도입, 국제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횟수) 가이드라인 준수 등 5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원 아이디 계획은 항공사·공항·정부에 생체인식을 기반으로 종이 서류 없는 여객 수속 기반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영국 히스로와 호주 시드니, 중국 창이 공항 등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아버지 이어 IATA 집행위원에

조 회장은 이번 IATA 총회 의장을 맡으며 국제항공업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부친에 이어 IATA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출됐다. IATA 집행위원회는 전 세계 항공사 CEO 가운데 선출된 31명의 위원과 사무총장으로 구성된다. IATA의 활동 방향을 결정하고 예산과 회원사 자격 등을 심사·승인한다. 고 조 회장은 1996년부터 IATA 집행위원을 맡아 여덟 차례 연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 회장이 고 조 회장 뒤를 이어 세계 항공업계를 이끌 리더로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또 대한항공이 속한 글로벌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을 이끄는 의장으로도 임명됐다. 델타와 에어프랑스 등 19개 항공사가 참여한 스카이팀은 지난 1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조 회장을 의장으로 선출했다. 스카이팀 회장단 회의 의장의 임기는 2년이고 연임도 가능하다. 스카이팀은 그동안 사무국에서 의장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항공시장 환경을 감안해 올해부터 회원사 CEO 중 한 명이 의장직을 맡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참여한 세계 최대 항공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도 같은 날 28개 회원사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인천국제공항에 취항하는 스타얼라이언스회원사의 탑승 수속 카운터를 내년 7월까지 제1터미널 동편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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