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급락이 이어지자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자본시장 점검회의’가 열렸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가운데)이 회의 시작 전 발언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안요인 때문에 휘청이는 한국 증시에 ‘기업 실적 악화’라는 악재까지 덮쳤다. 29일 코스피지수 2000선이 깨진 데는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현대위아등 최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한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10% 넘게 하락했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서만 3조원 이상 매각하는 등 수급기반이 약해지고, 투자심리가 급랭한 상황에서 기업 실적마저 기대 이하로 나오자 시장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어닝 쇼크에 줄줄이 급락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0.92%가량 상승하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오후 2시 무렵부터 낙폭이 커지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아모레퍼시픽이 전년 동기대비 20% 이상 영업이익이 급감했다는 내용의 3분기 실적을 내놓은 직후였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3분기에 각각 765억원과 84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4.3%와 36.0%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이날 각각 2만3500원(12.81%)과 1만700원(14.74%) 내린 16만원과 6만19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26일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현대위아도 이날 주가가 11.13% 급락했다. 현대위아가 이날 기록한 종가 2만9550원은 2011년 2월2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 최저다. 현대자동차도 25일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0% 급감했다는 내용의 실적공시를 낸 뒤 주가가 급락했다. 현대차는 실적 발표 후 9.40% 하락했다.
○3분기 실적 우려 확대
증권업계에선 3분기 실적시즌 전부터 상장사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컸다. “2분기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의 요인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이란 이유에서였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180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총 51조8779억원으로, 1개월 전(53조539억원)보다 2.22% 감소했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어닝 쇼크가 우려되는 곳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넷마블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개월 전보다 16.11% 감소했고, 한국전력(1개월 전 대비 영업이익 컨센서스 증감률 -15.85%) 코오롱인더스트리(-12.69%) 등도 실적 충격이 예상되는 종목으로 꼽힌다.
○“당분간 반등 기대 어려워”
한 외국계 증권사 대표는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 매력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조정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 기준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는 한 달 전보다 1.0% 감소했다. 반면 미국(S&500지수 기준)은 같은 기간 0.2% 감소하는 데 그쳤고, 일본(토픽스지수)이 0.1% 증가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요즘 만나는 투자자들은 내년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이 증권사 전망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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