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6월05일 (로이터) - 더 이상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아시아 국가들이 비공식적 연맹 강화를 모색 중이라고 4일(현지시간) 현지 외교관과 관리들이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호주, 일본, 인도,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면서도 조용히 이와 관련된 논의와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어떤 국가도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연맹에 대해 거론하지는 않고 있다.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에서 말콤 턴불 호주 총리는 "이러한 멋진 신세계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강대국들의 힘에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우리 자신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 우리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며,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친구들과 집단 리더십의 부담을 공유했을 때 우리는 더 강력해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턴불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폐막된 샹그릴라 대화에서 내내 나왔던 주장들과 일치한다.
아시아 지역 정부 지도자들은 지역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최근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로 인해 그런 불신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아시아의 안보를 떠받쳐왔던 미국의 안보 공약을 파기하고 더욱 더 깊은 고립주의에 나설까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한편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 정부가 아시아에 대한 안보 동맹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천명하고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의 고위 군 책임자는 "물론 우리는 매티스 국방장관과 해리 해리스 태평양함대 사령관의 말도 신뢰하지만 그들 위에 있는 인물도 신뢰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신뢰 차이가 너무 크고, 중국과 정면으로 대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나라가 미국밖에 없다는 사실로 인해 우리는 더 걱정스러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편집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