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0월10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최근 투자자들은 영국 파운드화의 어두운 미래를 잠깐이나마 엿보았다. 7일 오전 1.26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던 파운드/달러 환율은 불과 몇 분 만에 약 10% 급락하면서 31년래 저점인 1.1378달러까지 추락했다(이후 1.1491달러로 저점 수정 뚜렷한 이유도 없는 갑작스러운 파운드 가치 폭락에 시장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돌발적인 가격변동 사태가 과거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당시와 마찬가지로 비난의 화살은 또다시 시장의 기술적 요인들을 향하고 있다. 한가지 차이점이라면, 앞으로 파운드 가치가 오늘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도 별로 놀랍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이날 파운드 가치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갑작스러운 붕괴)를 유발한 유력한 원인으로 컴퓨터 자동매매 주문 오류 또는 트레이더의 주문 실수를 뜻하는 '팻 핑거'(fat finger)를 꼽았다. 이날 폭락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무엇이든, 자동 손절매 주문이 촉발됐다. 거래량이 많지 않았던 데다 컴퓨터가 이끄는 걷잡을 수 없는 매도세로 파운드 가치는 순식간에 저점으로 곤두박질쳤다. 외관상으로나마 아시아 외환시장의 대혼란이 다소 진정된 뒤, 파운드는 유럽 외환시장에서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여기까지는 사실 큰 문제가 없다. 지난 2010년 뉴욕 증시에서 플래시 크래시로 몇 분 만에 시가총액이 1조달러 가량 증발해 버린 대혼란 사태 이후에도 미 증시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독일 국채 또한 2015년 대폭락 사태를 겪은 뒤 성공적인 회복을 거쳐 이전보다 한층 강력한 상승 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파운드는 다르다. 파운드 가치는 앞으로 납득이 가능한 이유로 인해 또다시 이날 플래시 크래시가 초래한 저점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과정에서 테레사 메이 총리가 이민자 유입 통제와 관련해 지금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할 경우 영국은 EU 탈퇴와 동시에 단일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제한받게 되고, 결국 영국 경제는 힘든 시기를 겪게 될 지도 모른다.
6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EU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EU의 원칙이 흔들리게 되고 다른 유럽 국가들도 영국의 뒤를 따를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EU 회원국들이 모두 올랑드 대통령과 같은 마음일지는 알 수 없지만 브렉시트 협상 전후로 이러한 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이 뻔하다. 한 마디로, 우리가 이날 오전 이미 경험한대로 파운드 가치가 또다시 저점 수준으로 폭락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스와하 파타나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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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