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8일 (로이터) - 한국과 미국 군 당국이 지난해 7월8일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하기로 공식 발표한 이후 중국 자금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으로 한국의 관광과 드라마를 비롯해 유통과 제조업 등으로 보복성 재제를 확대하고 있어 증권시장으로 불똥이 튀는 것은 아닌지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드 배치 발표 후 지난 8월 이래 중국계 투자자들은 국내 상장주식을 꾸준히 팔고 있다. 8월에 1770억원, 9월에는 1680억원, 10월에는 2060억원, 11월 1290억원, 12월에는 106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에 380억원 반짝 순매수에 나서기도 했으나 2월 들어 다시 12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올 1월 한 달을 제외하고 6개월을 매도하면서 순매도 규모만 956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채권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의 순유입 순유출 규모는 금감원이 지난해 상반기 중 국가별 수치 발표를 중단해 파악이 안 되고 있다. 그러나 사드 이슈가 불거지면서 순유출을 기록중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서 중국 비중은 월등히 높은 것은 맞고 채권을 매도하고는 있으나 보유 비중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며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드 배치와 직접 연결짓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2월 5조1860억원어치를 순투자해 지난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채권자금의 대거 유입은 원화 강세 예상에 따른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중국계가 매도에 나섰다면 규모가 작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중국의 지난 해 3월말 현재 상장채권 보유 규모는 17조8760억원으로 1위였다.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올 2월말 현재 9조원 수준으로 13위 정도 된다.
정부나 시장에서는 아직 중국 자금의 한국증시 이탈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1단계로 초기 단계의 압박외교를 거쳐 현재는 2단계인 직접적인 경제제재 단계로 진입했으며 향후 상황에 따라 금융 등 전 분야에 걸친 고강도 추가 제재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승민 스트레티지스트는 "중국이 보유한 한국 자산을 매각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간 이슈이니 자본거래를 끊을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타협을 찾으면 그때가 임계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계의 주식 매각이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이는 규모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보복을 하더라도) 자본시장보다는 통화스와프 얘기가 먼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하고는 있으나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강영수 시장분석과장은 "중국자금 이탈은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작은 수준"이라며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자금 중 조금 나간다고 보복한다고 안 하지 않느냐"며 "그냥 만기가 되거나 차익실현하면 나가기도 하는 것"이라며 최근 움직임을 평가절하했다.
(이창호 기자; 편집 전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