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올해 들어 30% 가까이 뛰어오르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6월까지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줄어든 탓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20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 넘게 올라 배럴당 68.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배럴당 67달러 이후 최고치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유(WTI) 4월물도 이날 1% 이상 상승한 배럴당 60.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개월 최고가를 찍었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가가 너무 높다”고 압박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안팎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 꾸준히 상승했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회원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가 감산 기조를 유지하면서 유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OPEC+는 4월 정기 회의 취소를 통해 최소 상반기까지 감산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OPEC+는 작년 대비 하루 120만 배럴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OPEC+ 관계자들이 현재 유가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OPEC+가 6월 회의에서 현재보다 감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이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3분기 배럴당 7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은 한국 등 몇몇 나라에 한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없도록 막았던 조치를 일시적으로 면제해줬는데, 이 조치가 5월 만료되면 이란산 원유 공급이 줄어든다는 점도 유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고 베네수엘라 제재로 원유 공급이 일부 줄어든 점도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주 959만 배럴 감소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 감소폭이다. 30만 배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치와 반대다.
미·중 무역협상 타결 여부는 유가 움직임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은행 BNP파리바는 “미·중 무역협상은 원유를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을 상승 또는 하락시킬 수 있는 리스크”라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는 원유 수요를 줄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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