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월11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원유시장에서 상당수 트레이더들이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산유량 감축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기다려 보면 이러한 전망이 틀렸다고 밝혀질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라크는 감산 합의를 무시하고 멋대로 증산에 나선다고 해도 재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얻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이라크가 남부 바스라 항을 통해 사상최대 규모의 원유를 수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라크로서는 수출량이 늘어나는 것보다 유가가 상승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이번 감산에 합의한 산유국들이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란 기대감은 매우 낮은 편이다.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는 원유의 3분의 1 가량을 생산하는 OPEC이 지난해 11월 30일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합의한 이후 국제유가는 내리지도 않았지만 오르지도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OPEC 회원국들은 시장점유율 전쟁을 포기하고 산유량을 일일 약 3200만배럴로 제한하면 과잉공급이 해소되고 미국 셰일유 생산이 회복되는 일 없이 유가에 대한 통제권을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희망이 현실화되려면 OPEC 회원국들은 과거와는 달리 합의 내용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되는 것이다.
이라크는 그동안 여느 국가보다 증산에 열을 올리며, 지난 10년 간 생산능력을 일일 500만배럴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이라크는 OPEC 내에서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하지만 이라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으로 재정적 부담이 심화되고 있어 유가 하락이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라크가 2020년까지 재정적자를 2015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12% 수준으로 감축하려면 유가가 상승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55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치에서 고작 7% 올랐을 뿐이다.
이라크가 감산 합의를 준수해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바스라 항 인근 수출 및 저장 시설의 병목현상 때문에 이 곳을 통한 원유 수출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
게다가 단기적 수치는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실질적으로 산유량을 줄이더라도 중동 지역에서 냉방 전력 수요가 정점에 달해 국내 원유 수요가 증가하는 여름철에나 그에 따른 여파가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라크 국내 원유 수요량은 계절적 이유로 최저 수준이다.
그때까지는 이라크가 감산 합의를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다. (앤디 크리츨로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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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