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월23일 (로이터) 임승규 기자 - 23일 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며 2100선이 위협받는 가운데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계산식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전날 국회에서 열린 한은 국감에서 "실물경기가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1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11월 금리인상이 유력해졌지만 향후 주가 움직임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국내 정책담당자들이 위협을 느끼는 임계점으로 2000선을 제시하고 있다. 심리적 지지선인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질 경우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급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외은지점의 한 트레이딩헤드는 "주가가 자유낙하하는 것에는 정책당국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듯하다"며 "코스피지수가 2600에서 2100까지 빠지는 동안 주식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보이지 않았는데 일정 부분 투기세력에 대한 청와대의 시각이 반영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피지수 2000이 깨지면 금통위의 정책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한은 집행부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것을 감안하면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 금리를 인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국민연금에서 국내 주식의 신규 대여를 금지하기로 했는데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는 결정"이라며 "정책당국이 그동안 했던 금융정책 중에 가장 심각한 오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하는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도주가 없어지고 악재만 남았다며 상당히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괜찮긴 하지만 적어도 연말까지는 약세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11월 금통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선 국내 요인만으로는 금융시장 전반에 위기심리를 고조시킬 정도로 주식시장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은 미국 증시가 연말까지 어느 정도의 조정을 받느냐가 국내 주식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본부장은 "11월 금통위까지 아직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에 당장 오늘 코스피지수 움직임만 보고 채권 포지션을 가져갈 수는 없다"며 "문제는 미국 증시인데 지난 10년 동안 조정 없이 상승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 큰 폭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장에 한 번 회오리가 불면 전세계 금융시장은 휘청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팀장은 "솔직히 현 시점에서 주식은 외생변수로 보고 있다"며 "당장은 중장기채권만 주식가격에 반응하지, 단기물은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가 하락세가 어느 임계점을 지날 경우 원화자산 전체에 대한 매도라는 공포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주가하락은 우리나라만 국한된 게 아니라 아시아 전체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 지가 가장 중요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편집 박윤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