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5월11일 (로이터/브레이킹뷰스) - 5월 9일 치러진 한국의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완화되고 수 개월 간 혼란을 겪어온 국내 정세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의 성장 모델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9년 간의 보수당 집권 기간 동안 양극화가 심화되고 삼성과 같은 재벌 기업들의 시장 독식구조도 강화됐다. 10대 재벌의 수익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어섰다. 반면 경제 성장률을 3% 아래로 떨어지고 청년 실업은 10%를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정경 유착도 심각한 수준이다.
당선 즉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5년의 임기 동안 몇 가지 변화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우선 문 대통령은 약 10년 전 폐기되다시피 한 햇볕정책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과의 외교, 경제적 관계 수립을 목표로 하는 햇볕정책은 북한의 핵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준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북한의 고립을 목표로 한 강경한 대북 정책으로 그 동안 북한의 태도가 나아지지도 않았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만 오히려 키웠다. 한국의 태도와 관계없이 북한이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면, 차라리 평화를 도모하는 편이 낫다.
또한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해소하는 것이 오히려 문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한층 집중할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재벌 기업들의 지배 구조를 전면 개혁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소주주의 발언권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문 대통령은 재벌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필요한 구조적 개혁을 추진할 재정적 여력을 보유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의회에서 보수 성향의 국회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국민들의 새로운 선택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문 대통령이 앞으로 갈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 본 칼럼은 양준 칼럼니스트 개인의 견해로 로이터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