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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증권사 외화송금 업무 허용 요구에 신중한 입장..초대형 IB 기업고객 환전은 6월부터 허용

입력: 2017- 02- 08- 오전 09:12
© Reuters.  당국, 증권사 외화송금 업무 허용 요구에 신중한 입장..초대형 IB 기업고객 환전은 6월부터 허용

* 환전업무 허용하면서 초대형 IB 외환건전성규제 강화..구체적인 방안은 시행 후 마련

서울, 2월8일 (로이터) - 증권업계의 외환업무 확대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오는 6월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기업고객에 대한 환전업무만 허용할 방침이다.

증권업계는 환전 뿐 아니라 외화의 해외송금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외환당국은 외환건전성 관리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현재 자본금 4조원 이상 조건을 충족시키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4곳이다. 삼성증권은 3월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어 증자를 완료하면 자본금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증권사간 외환거래를 허용한 데 이어 지난 해 3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외환규제 방식을 네거티브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증권과 보험사에 대해 환전과 해외송금, 외화예금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외환업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초대형 IB를 포함한 금융투자사업자의 고객에 대한 외환업무는 고객들이 해외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팔 때의 환전 등 투자목적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범위로 제한됐다.

지난 해 정부는 6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면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들에게 기업고객에 대한 환전업무도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업무를 6월에 승인하면서 같은 시기에 기업고객에 대한 환전업무도 허용할 계획이다.

▲ 해외송금 허용 요구하는 증권업계..신중한 외환당국

증권업계는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외국환은행의 업무 영역인 일반적인 환전이나 해외송금을 증권업계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6일 기자회견에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하고 외환업무 허용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증권사는 투자 목적 이 외에는 외화를 이체하거나 환전할 수 없는데 명동에 있는 환전소에서도 하는 업무를 은행 고유 업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외환당국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증권사에게 외화송금을 허용하려면 지급결제업무를 은행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을 고쳐야 하고 외국환거래법도 고쳐야한다.

법은 고치면 되지만 은행들의 강한 반발이 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국이 증권사 외환업무 확대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외환당국의 입장에서는 외환건전성 관리도 고려해야할 문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외환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에서 증권사가 국내에서 법인간 자금이체 업무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 외환(지급결제)업무까지 자동으로 허용되는 시스템"이라며 "증권사와 은행의 업무영역에 대한 금융당국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외국환거래법에서 금지하면 못하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상으로도 허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당국은 아직 증권사 외환업무 범위 확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외환건전성 관리를 고려한 외환거래법의 고유 목적에 상응하는지 판단해 보고, 그런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충분한 건전성 규제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금융당국도 기업고객 환전업무를 안착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해외송금 업무 허용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환전업무가 잘 되는지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IB에 대한 환전업무를 허용하면서 외환당국과 협의해 이들 IB에 대한 외환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외화LCR 적용 여부 등 아직 구체적인 규제강화 방안은 없다.

재정부도 일단 환전업무가 시작된 후 거래량 등을 지켜보며 규제의 수위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외환거래규모나 자산규모 이런 걸 보며 외국환은행에 적용되는 규제가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전체 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외환리스크에 노출이 되는지, 거시적인 시스템 리스크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따라 규제의 수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부터 외화LCR 규제를 적용받는 은행들에게는 기존 외환건전성 규제 중 중장기외화자금비율과 거시건전성 3종세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규제가 외화LCR로 통합되지만 외화LCR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증권사와 보험사들에게는 기존 규제가 계속 적용된다.

따라서 증권사와 보험사는 3개월 외화유동성비율과 7일과 1개월 외화자산부채 만기불일치비율(갭비율) 규제를 받게 된다. 은행에 적용되는 중장기외화자금비율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한편 황 회장이 언급한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문제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증권사의 기업간 이체업무가 허용되면 삼성증권이 삼성그룹의 금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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