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경북지역을 돕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수십억~수백억원의 성금을 내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모아 숫자로 헤아릴 수 없는 기부를 하는 이들도 있다. 유통과 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 기업과 직원들은 ‘꼭 필요한 곳에 당장 필요한 것’을 찾아 실질적인 지원에 나섰다. 방호복 때문에 24시간 땀에 젖어 있는 의료진을 위한 속옷,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한 이들을 위한 죽, 씻을 시간이 없는 재난본부 사람들을 위한 세정제 등이 손편지와 함께 대구·경북지역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점주가 점주 돕고…죽 배달 나선 사람들
자영업자인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점주들도 나섰다. 본죽과 본죽&비빔밥카페 가맹점주들은 전국 선별진료소 의료진 1800여 명에게 전복죽과 소고기야채죽을 직접 배달하고 있다. 오는 7일까지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 선별진료소 21곳에 응원 서신과 함께 죽을 배달할 계획이다. 대구 지역에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이틀에 걸쳐 100인분의 죽을 보냈다. 이경숙 본죽 포항창포점 대표는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애쓰는 공무원과 의료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점주들이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경영주협의회는 1주일간 성금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우리도 어렵지만 대구·경북지역 점주들은 얼마나 힘들겠냐”는 뜻에서 시작됐다. 700만원의 성금으로 협의회가 직접 마련한 마스크 4700장은 곧 대구 점주들에게 응원 편지와 함께 전달될 예정이다.
속옷·죽·커피·화장품…‘기부 릴레이’
폴햄 등 의류를 판매하는 신성통상은 박희찬 대표가 대구지역 아는 의사에게 물어본 뒤 의류 지원에 나섰다. 방호복을 입고 쪽잠을 자는 의료진에게 기능성 속옷과 갈아입을 옷 등 1만여 벌을 지원했다. 대표의 뜻에 공감한 매장 직원들은 십시일반 마스크를 모아 대구 매니저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씻지 못하고 병원 의자에서 쪽잠을 자는 자원봉사자와 의료진을 위해 화장품 지원에 나선 곳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사내 스타트업 브랜드인 비레디, 브로앤팁스, 프라도어 담당자들은 질병관리본부에 오일폼클렌저와 보디클렌저, 보디향수 등의 제품을 각각 50개 전달했다.
마스크 대란에도 “대구 먼저”
이베이코리아는 한 임원 주도로 대구지역 소아암 환자들에게 마스크 2000장을 전달했다. 이 임원은 과거 자신의 자녀가 소아암을 앓았을 때 당시 회사 대표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기억을 되살려 모금 활동을 주도했다. 지인들과 1200만원 상당의 간편식과 방호복, 마스크 등을 마련해 자가 격리 중인 장애인과 봉사자에게 지원했다.
업종의 특성을 살린 봉사도 눈길을 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케이블방송기업인 현대HCN은 금호방송을 통해 대구지역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와 의료 봉사자들에게 가정간편식(HMR)을 전달하기로 했다. 유선방송 서비스 설치기사가 대구 전역을 돌아다니는 만큼 숨어 있는 어려운 가정 등의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대구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돕기 위해 십시일반 나섰다. 롯데쇼핑 각 점포 직원들은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근무자에게 마스크 200여 장을, 바바패션그룹은 대구지역 백화점 직원들에게 300장의 마스크와 손편지 등을 전달했다.
김보라/민지혜/안효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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