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최근 차바이오텍의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과 코오롱티슈진의 성분 논란 등이 불거지자 바이오주에서 발을 빼는 기관투자가가 부쩍 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주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차바이오텍은 10일 코스닥시장에서 1100원(5.20%) 하락한 2만50원에 마감했다. 차바이오텍은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지난 8일 장 마감 후 감사의견 ‘적정’을 담은 사업보고서를 냈다.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까지 내몰릴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차바이오텍은 이튿날인 9일 9.59% 급등했지만 잔치는 하루 만에 끝났다.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믿고 투자할 수 없는 ‘양치기 소년 종목’이라는 딱지가 붙었기 때문이다. 차바이오텍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서 투자환기 종목으로 지정됐다. 내년에도 내부 회계관리제도에서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한 펀드매니저는 “자체 규정상 투자환기 종목을 편입하지 못하는 운용사는 거의 없다”면서도 “다만 차바이오텍은 그동안 너무 잡음이 많았던 종목이라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회사는 작년 3월에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달에는 작년 잠정 실적을 흑자에서 적자로 정정했다.
차바이오텍은 코스닥150지수 편입도 불발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환기 종목으로 지정되면 편입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들의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의 유통·판매를 전면 중단했다는 소식도 바이오주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코오롱티슈진의 주가는 지난달 29일 3만4450원에서 이날 1만7500원까지 떨어지며 반 토막 났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도 중소형주 주식형펀드에 꽤 많은 비중을 담고 있는 종목이라 충격이 컸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중소형주 공모펀드들은 다른 운용사 상품에 비해 바이오주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게 특징으로 꼽힌다. 다른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바이오주 투자심리 회복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기관투자가가 가장 많이 판 종목 1~3위는 바이로메드(1461억원 순매도), 에이비엘바이오(1191억원), 메지온(1171억원) 등 모두 바이오주였다.
다만 2016년 9월 한미약품 기술 수출 계약 무산 사태 때처럼 한 종목의 악재로 바이오주가 무더기로 급락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상균 D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그동안 수차례 악재를 겪으면서 바이오주 투자는 개별 이슈로 접근해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생겼다”며 “모든 바이오주가 함께 움직이기보다 종목별로 주가가 다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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