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3월24일 (로이터) - 미 공화당 대선주자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이 22일 실시된 유타주 경선(코커스)에서 선두주자 도널드 트럼프를 누르고 희망의 불씨를 되살렸다. 그는 ‘막말 전문' 트럼프를 저지하려는 당 주류세력의 추가적인 지지도 얻어냈다.
재정 문제에 관한 강경 입장 때문에 종종 당내 중도파 의원들로부터 배척을 받아 온 크루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의 지지를 확보했다. 공화당 내 정통 주류 세력의 일원인 부시는 지난 달 후보경선에서 중도 사퇴했다.
보수주의자 크루즈는 유타주에서 승리, 배정된 40명 대의원 전원을 가져갔다. 반면 트럼프는 애리조나에서 승리, 58명을 손에 넣었는데 이는 불법 이민에 대한 그의 강성 메시지가 일부 먹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리조나는 멕시코와 접경하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가 7월 전당대회 이전에 트럼프를 꺾기에는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인다. 트럼프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수 1,237명 중 738명을 확보한 반면 크루즈는 463명이라고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애리조나에서 크루즈와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를 손쉽게 격파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공화당이 단결해서 11월 대선에서 거대한 승리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선두주자 힐러리 클린턴이 애리조나에서 경쟁자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상원의원을 누르고 후보 지명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나 샌더스는 유타와 아이다호에서 승리, 클린턴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회가 있음을 과시했다.
이날 경선은 최소 30명이 사망한 브뤼셀 공격에 가려 빛을 잃었다. 유럽 발 대형 참사 소식은 미 유권자들에게 또다시 안보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전 국무장관 클린턴은 브뤼셀 공격을 트럼프나 크루즈에게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는 기회를 삼는데 이용했다. 그녀는 시애틀 승리 연설에서 "겁먹지 말고 미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무슬림의 한시적인 미 입국 금지를 주장했으며 크루즈는 경찰을 보내 미국 내 무슬림 사회를 순찰토록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애리조나주 승리에는 불법 이민에 대한 자신의 강경 입장이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불법이민 근절 주장으로 유명한 애리조나주 조 아파이오 마리코파 카운티 보안관의 지지를 받았다.
크루즈는 대다수 몰몬교 신자들이 공화당을 지지하는 유타에서 트럼프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이들은 트럼프가 몰몬교 신자로 지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미트 롬니를 공격하는데 반발, 크루즈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단체 중 하나인 ‘성장 클럽(Club for Growth)'은 23일 크루즈의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한편 트럼프와 크루즈의 싸움은 소셜미디어 상의 상대방 부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 트럼프 정치단체 ‘미국을 엄청나게(Make America Awesome)'는 한 광고에서 전직 모델인 트럼프의 처 멜라니아가 거의 다 벗고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조심해 거짓말쟁이 테드, 그렇지 않으면 당신 와이프 비밀을 폭로할거야!"라고 반격했다.
크루즈는 23일 자신은 트럼프의 트위터 메시지를 협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는 깡패(bully)"라고 비난했다. 크루즈는 그러나 동 광고에 대해 "내가 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발뺌했다.
민주당에서는 샌더스가 젊은 층과 노동자 계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유타와 아이다호에서 승리했다. 그는 이는 "내가 앞으로 있을 경선에서 대승을 거둘수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이번 주 예정된 6개주 경선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다. 이중 앨라스카, 하와이, 워싱턴은 오는 26일 경선을 실시한다.
클린턴은 승패와 불구하고 대의원 수를 계속 추가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이들 주가 모두 승자 독식제가 아닌 득표율 비례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브 홀랜드 기자; 번역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