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월8일 (로이터) 이경호 기자 - "이걸 어쩌죠. 앞으로는 회사 전화로도 통화를 못하겠네요."
얼마 전 한 취재원으로부터 사실상의 `공식적` 취재 불가를 통보 받았다.
외국계은행의 딜링룸에 근무하는 이 취재원과는 꽤 오래전 인연을 맺은 사이로 그 동안엔 전화와 메신저를 통해 외환시장 및 환율과 관련한 얘기들을 주고 받아왔다.
그러던 것이 일 년 전쯤부터는 메신저 대화가 차단되더니 급기야 이제는 회사 전화를 통한 취재도 할 수 없게 됐다. 이 취재원이 몸담은 회사의 `업무 시간중 휴대폰 사용 금지 정책`으로 개인 휴대폰을 통환 통화도 막힌 지 몇 달 됐다. 사실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모두 차단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에도 다른 외국계은행에서 근무하는 취재원으로부터 비슷한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
이미 기자에게 `실명 코멘트 불가`를 선언한 외은들이 많은 가운데 이제는 일부 은행들로부터는 익명을 전제로 한 코멘트도 얻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외국계은행들의 내부 컴플라이언스가 강화된 결과다.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은행업계에서 이런저런 불미스런 일들이 벌어지면서 은행들이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게 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외환시장 부문 역시 최근 픽싱 관련 담합 사건 등으로 인해 이같은 `내부 규제 강화`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은들은 국내 지점에서도 컴플라이언스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같은 외은들의 내부 컴플라이언스 강화는 언론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업무와 관련 있는 다른 기관의 트레이더들은 물론이고 자금중개업체, 그리고 공공기관 관계자들까지 그 범위가 전방위적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공유되는 정보의 양이 줄어들고 커뮤니케이션이 위축되다 보니 시장 움직임이 거칠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과거와 달리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급이나 역외쪽 동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원인은 같아 보인다.
외환딜러들 사이에선 `답답하다`는 반응이 많은 가운데 일각에선 `오히려 속이 편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외은들의 컴플라이언스 강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앞으로 이같은 외은들의 컴플라이언스는 그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이같은 환경 변화에 외환딜러들이 그리고 외환시장이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항상 딜링룸 취재를 강화하기를 바라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어서 송구함을 금할 수 없다.
(편집 유춘식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