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대담 김사헌 산업2부장·정리 장봄이 기자 =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에 화제의 중심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다. 방송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 현실의 대변자로 자주 등장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등장해 일명 '사이다' 발언으로 이목을 끌었고, 지난 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공정경제 전략회의에서 프랜차이즈 상생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자영업자나 동종 업계의 숱한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고 일부 지지자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그는 어느새 성장통에 신음하는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기로, 청년 일자리 난맥의 가운데 서 있었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더본코리아 본사에서 백종원 대표를 만났다. 백 대표는 감기 때문에 쉰목으로 목상태 좋지 않다면서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화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특히 국내 외식산업의 문제점이나 방향성, 자신에 대한 오해나 비판에 거침없는 주장을 쏟아냈다.
◆ "미슐랭 맛집 말고 줄 길게 선 집에 간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사진=더본코리아] |
백 대표는 더본코리아가 '가성비'를 앞세운 프랜차이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최근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지만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격을 낮추라고 하면 지금도 임대료가 비싼데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하는데 결국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방향"이라며 "경기가 안 좋을 때 식당이 힘든 건 소비자들이 비싼 음식부터 주머니를 닫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외식업이 살려면 셋 중에 하나다. 소비자가 소비를 늘리거나, 우리가 가격을 낮추거나 아니면 외식 매장 수를 줄여야 한다"면서, "이 중에 뭐가 먼저냐의 문제다. 그런데 외식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일본 등은 임대료나 인건비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데도 3000~4000원대로 먹을 수 있는 외식 매장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 "음식값이 비싸니까 점심 간단히 먹고 아침도 안 먹지 않냐. 먹는 거에 관심없고 대충 해먹게 된다. 김치찌개가 1만2000원도 있지만 3500원까지 다양하게 있어야 한다. 지갑을 열고 골라 먹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외식문화가 성장하고 파이가 커지면 그때 일자리도 두배 이렇게 늘릴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해외에서도 그가 발견한 건 가성비였다. 백 대표는 "틈나는 대로 해외에 나가본다. 해외에 나가면 미슐랭이나 전통있다는 집은 안 가고,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집에 가는데 결국은 다 가성비"라면서 "미국 중국 일본도 가성비 가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식 문화가 발달한 해외 프랜차이즈들은 잘된다"면서 "우리나라가 식당 개수가 많다고 하는데 비율로 따지면 일본이 개인 가게보다 프랜차이즈가 더 많다. 그런 데가 있기 때문에 노포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력이 없는 프랜차이즈는 도태돼야 한다"고 했다.
유행을 타지만 오래 못 가는 이유가 결국 가성비에 있다는 지적도 했다. 백 대표는 "유명하던 브랜드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던 프랜차이즈가 뭐가 없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소비자는 심리적인 동물이다. 싸기 때문에 사먹기도 하지만 싸기 때문만은 아니란 이유를 찾는다. 비싸도 가야할 이유가 있다면 가지만 점차 안 갈 이유를 만드는 게 소비자다. 스타벅스를 봐라 말이 안 되는 가성비지 않나. 하지만 소비자들이 찾아야 하는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 준다. 외식업을 음식으로만 접근하면 안 된다. 심리적으로 접근해야지"라고 강조했다.
◆ "자영업 2~3번 고민해야… '무조건 을' 정책? 해결되는 거 없다"
백 대표는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가맹 사업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프랜차이즈 회사가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1~2년 테스트를 운영하지 않고 가맹사업을 모집하는 건 사기다. 이건 없어져야 한다"면서 "가맹점주들은 대부분 경험이 없는 사람들과 일하는 건데 경우의 수를 다 따져보고 론칭하지 않으면 점주들이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최근 정부의 가맹점주 대책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본사와 가맹점주를 갑과 을로 나누었을 때 정부 정책이 무조건 점주를 위한다고 다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도 을의 위치를 챙기는 게 아니라 해달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먼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신사동 빽스커피 베이커리 매장 [사진=뉴스핌] |
그러면서 "서로 맞춰주고 손바닥도 부딪혀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지원해 줬을 때 소화를 못하면 추가 지원을 해줘야 하고 그럼 브랜드 사업은 힘들어진다. 서로 잘되면서 배분해야 상생이지 무조건 지원은 안 된다"고 했다.
◆ "협회의 잘못된 시각, 근시안 정책에 반대해요"
최근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대해서는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아는데 언제부터 이 협회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입장을 대변했는지 모르겠다"며 "단지 먼저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대 정부로 힘을 갖게 된 것 같다. 가맹점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에 협회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태될 자영업자는 도태돼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추가 설명을 했다. "그거 하지마 하지마 포화상태야 그러면서 너는 프랜차이즈 늘리냐 다 프랜차이즈하란 거냐 비판하는데 어찌보면 맞는 말이지만 우리는 원래 이런 사업을 해야 하고 또 하려는 사람을 도우려는 것"이라며 "능력이나 준비가 되어 있는 자영업자가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누누이 얘기해왔다. 대책 없이 경쟁력도 갖추지 않고 들어왔다가 말아먹는 것보다 눈높이 낮춰서 일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 않느냐. 제대로 된 교육 양성 기관이 없을 때는 건전한 프랜차이즈가 준비 안된 자영업 원하는 분들이 와서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정부에서 잠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자리 정책은 위험한 일이다. 오히려 일하고 싶은 사람과 일할 사람을 원하는 사람의 눈높이를 조정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자영업은 너무 포화상태니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자영업으로 뛰어드는데 현실을 깨닫게 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한 방송에서 골목식당과 청년몰 두 가지를 했는데 컨셉이 다른 것이다. 골목식당은 '이렇게 하려면 하지 마세요'란 것이고, 청년창업은 같은 식당이지만 '가급적 권장한다'는 것이다"라며 "청년창업 쪽은 제 교육관과도 같은데, '젊으니까 돈을 못 벌어도 되고 손해볼 수도 있지만 정부서 지원도 해주고 한 번 저질러봐라, 그러다가 적성을 찾고 돈 버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 방법과도 관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눈높이에 맞춰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항상 일할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며, 자영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두세 번 생각해보고 경쟁력을 가지고 진입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더본코리아는 홍콩반점·새마을식당·빽다방 등 11개 가맹사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더본코리아 매장수는 1350여개 정도로, 지난해 매출은 1700억원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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