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홍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자동차의 개념을 송두리째 바꾸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람을 특정 장소로 옮겨주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일을 하고 여가를 즐기는 생활공간이 되고 있다. 동시에 차 안과 밖에서 이뤄지는 일상생활을 조율하는 ‘허브’로 바뀌는 추세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부품회사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9’에서 한목소리로 “이동수단을 넘어선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차 “이제 세상에 같은 차는 없다”
현대자동차는 7일(현지시간) 언론발표회를 통해 운전자들이 차의 주요 부품과 인테리어를 바꿀 수 있는 맞춤형 자동차 서비스 ‘스타일 셋 프리’를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인테리어 부품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크기의 배터리를 쓸지도 선택할 수 있다. 좌석 위치와 개수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아가 소형가전과 사무기기 등 외부 기기를 차량에 적용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내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한 뒤 이 같은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표를 맡은 조원홍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주거공간을 원하는 대로 바꾸고, 그 결과 세상에 완전히 똑같은 공간은 없게 됐는데 자동차는 왜 그렇게 못할까”라고 되묻고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공간 구성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맞춤형 모빌리티(이동수단) 제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또 자동차를 다른 자동차, 집, 주변 공간, 다양한 스마트기기와 연결하는 허브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단순히 차량과 외부를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량이 연결의 중심에 서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렇게 되면 탑승자는 직장 및 가정에서 할 일을 차 안에서 처리할 수 있고, 차량 운행의 편의성이 극대화된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많은 운전자가 쌓는 빅데이터를 외부에 개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외부 사업자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종류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현대차는 2022년까지 커넥티드카 서비스 가입자 1000만 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이날 언론발표회에 깜짝 참석해 주목받았다.
3D 영화관으로 탈바꿈하는 자동차
아우디는 차량 뒷좌석을 3차원(3D) 영화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상현실(VR) 안경을 끼고 뒷좌석에 앉으면 각종 영화와 게임 화면이 눈앞에 떠오르게 하는 기술을 이날 선보였다. 차량이 우회전하면, VR 콘텐츠 속 우주선도 우회전한다. 차량이 속도를 내면 우주선 속도도 빨라진다. 아우디는 월트디즈니와 함께 실내 VR 콘텐츠 ‘마블 어벤져스: 로켓 레스큐 런’을 제작했다. 자동차가 아니라 우주선 안에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콘텐츠다.
도요타는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대신 사고를 사전에 막아주는 새로운 형태의 자율주행 프로그램 ‘가디언’을 공개했다. 차에 장착된 센서가 알아서 다른 차량을 피하는 식이다. 기존 부분 자율주행 기능은 전방에 다른 차량이 있으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이탈하면 이를 바로잡는 수준이었다. 가디언 프로그램은 뒤쪽에서 다른 차량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가속하는 등 새로운 형태로 사고를 막는다. 길 프랫 도요타 연구개발센터 사장은 “운전자가 필요없는 수준의 자율주행을 당장 구현하기는 쉽지 않고 언제 완성될지도 모른다”며 “사람과 기계(자동차)가 한 팀이 돼 사고를 피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향후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부품사 보쉬와 콘티넨탈, ZF는 나란히 무인셔틀을 운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인셔틀은 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사고가 날 우려도 없다. 셔틀에 올라타면 타고 온 자가용은 알아서 주차장이나 충전소로 돌아간다.
라스베이거스=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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