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업체 독일 보쉬에 차량용 D램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보쉬 납품을 계기로 차량용 D램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전체 D램 시장에서 차량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정도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산되면 시장 규모는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보쉬와 차량용 D램 공급 관련 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 공급 기간은 10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쉬는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에 실사단을 보내기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주로 유통망을 통해 반도체를 구매하던 보쉬가 생산업체와 직접 접촉한 건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계약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보쉬는 장기계약을 선호한다. 차량용 D램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해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자율주행차 한 대에 들어가는 D램 용량은 4GB로 지난해 2GB의 두 배 수준이다. 2024년엔 8GB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계약은 SK하이닉스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 실적을 쌓을 기회다. 차량용 D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 마이크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마이크론의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14억600만달러(약 1조5800억원)로 삼성전자 (KS:005930)(2억9500만달러·약 3320억원)의 다섯 배에 달한다.
한국 업체들은 그동안 차량용 D램 시장 공략에 소극적이었다. ‘100도 이상 고온, 영하 40도 이하 저온에서 견딜 것’ 등 요구 조건은 깐깐한 데 비해 시장이 작아 수익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용 D램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기술력이 고도화되면서 인포테인먼트시스템이나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에 필요한 D램 용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전체 D램 시장에서 차량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향후 5년 내 3~4% 수준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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