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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적수 없다, '후'

입력: 2019- 04- 26- 오후 05:28
[이슈+] 적수 없다, '후'
[이슈+] 적수 없다, '후'

LG생활건강 고급 화장품 브랜드 '후'

"한방화장품 분야에서 후발주자였지만 이젠 적수가 없다." 지난 25일 LG생활건강이 고가 화장품 브랜드 '후(Whoo)'를 앞세워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이를 지켜본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살아남은 뷰티업계 유일한 브랜드"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LG생활건강이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매출액은 1조87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 늘었고 영업이익도 3221억원으로 13% 증가했다. LG생건 분기 영업이익이 3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등 공신은 고가 화장품 브랜드인 '후'다. 후는 지난해 연매출 2조원을 넘기면서 LG생건 대표 화장품 브랜드가 됐다. 올 1분기 매출만 638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했다. LG생건 관계자는 "중국에서 초고가 제품군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후의 최고 효자는 중국 소비자들이다. 후는 지난해 면세점 매출 1조600억원을 기록해 가장 많이 팔린 화장품 브랜드였다. 이중 중국인들의 구매 비중이 가장 높았다. 매출은 경쟁사 제품인 설화수(430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2003년 나온 후는 한방화장품 분야에서 후발주자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소비자들도 높아진 K-뷰티 인기 덕에 한방화장품을 익히 접한 상황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에스티로더, SK-II가 이미 고가 화장품 브랜드 시장을 꽉 잡고 있었다.

LG생건은 현지화 전략으로 차별화를 뒀다. 국내와 달리 중국에선 중화권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호박색, 붉은색 계열의 디자인과 화려한 금빛 장식으로 용기를 만들었다. 습도가 높은 대만 지역 소비자를 위해선 끈적임을 줄인 라인을 별도로 출시했다.

중국 현지에서 후를 판매할 때는 '대접'이라는 키워드를 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초고가 화장품 브랜드인데다 중화권 소비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LG생건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들어왔을 때 왕후의 이미지를 느끼도록 인테리어나 상품 진열에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했다.

퀀텀 점프는 2014년이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방한했을 때 면세점에서 후를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인 대상 판매가 급증했다. '황후의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가 펑 여사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서 단숨에 중화권 인기 화장품으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후는 2017년 터진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 사태 속에서도 나홀로 고공행진 했다. 2013년 2037억원에 그쳤던 후 매출이 사드가 터진 해인 2017년 1조4200억원으로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펑 여사가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화권에선 이미 '퍼스트레이디'가 쓰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후의 고속성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판매추이를 볼 때 2분기에도 면세점과 방문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고가 브랜드의 성장세가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해외에서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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